청춘의 꿈 앗아간 신천지… 벗어나서도 후유증 깊어

우울증·무기력증 호소하는 두 청년

청춘의 꿈 앗아간 신천지… 벗어나서도 후유증 깊어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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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의욕이 안 생깁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꿈도 사라졌어요. ‘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도 신천지 사람들이 위협하는 악몽을 꾸곤 합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서 회심한 청년들이 토로하는 괴로움이다. 이들 청년은 신천지에서 탈출해 다시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회복되지 못한 채 무기력증과 우울증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역 근처 카페에서 지난 13일 만난 대학생 최유정(가명·23·여)씨는 “낯선 사람과 금방 친해지고 부지런한 성격이었기에 신천지에서 전도조장까지 맡았다”며 “한때 신천지를 가족처럼 여겼고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내 모든 꿈을 바쳤다”고 말했다. 최씨는 신천지에서 회심한 지 1년 5개월 됐다.

최씨가 신천지를 처음 접한 것은 2014년 6월이었다. 대학생 영화동아리에서 캐릭터 설문조사를 실시한다는 명목으로 접근해 왔다. 그는 “영화와 관계없는 인간관계나 학교공부에 대해 자세히 물었지만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씨는 이후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사람을 소개받아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그게 신천지 교리 공부라는 건 수개월 뒤에 알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 카페에서 지난 9일 만난 김가희(가명·24·여)씨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신천지에 들어갔다. 그는 “2014년 6월 대학로에서 한 여대생이 뮤지컬 캐릭터 연구를 위한 설문조사를 해달라며 접근했다”고 했다. 김씨는 당시 교회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고 가족관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는 “고민 얘기를 하다가 상담을 잘한다는 사람을 소개 받았는데 성경공부하자는 얘기를 꺼냈다. 신천지의 전도방식이란 건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신천지에 발을 들여놓은 청년들은 대부분 시간을 신천지 포교에 썼다. 최씨는 매일 서너 시간 정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전도조장을 맡아 새벽 5시에 일어나 신천지 교회에 나갔고 이튿날 오전 2시에야 귀가했다. 식비를 받은 적은 없었고 밥 먹을 시간도 부족했다. 그는 “하루 종일 삼각김밥 하나만 먹은 적도 있었다”며 “신천지에 있을 동안 몸무게가 8㎏이나 빠졌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신천지에선 교주 이만희가 신발을 한 번도 갈아 신지 않아서 밑바닥이 다 닳았다는 얘기를 하면서 청년들 고생시키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고 전했다.

최씨와 김씨는 2015년 말쯤 회심했다. 김씨는 그해 11월 신천지에서 회심한 사람의 글을 인터넷에서 우연히 읽고 의심을 품었다. 부모님께 이단상담을 받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는 “상담을 받으며 다른 이단들과 신천지의 교리가 비슷하다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최씨 역시 “신천지가 개역한글판 성경만 보게 하고 다른 번역본을 일절 읽지 못하게 한 이유를 2015년 10월 이단상담을 받으며 깨달았다”며 “신천지는 개역한글판 특유의 성경구절 단어를 끼워 맞춰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신천지가 이들 청년의 신앙에 끼친 해악은 너무나 컸다. 최씨는 “신천지가 진짜라 믿으며 모든 힘을 쏟았다”면서 “신앙생활을 다시 잘해보고 싶어도 또 속을까 두려운 마음부터 생긴다”고 했다. 김씨는 모태신앙인이지만 요즘은 신앙이 거의 사라졌다. 그는 “교회에서 기도제목을 물어도 피상적으로만 답하게 된다. 사람들한테 마음을 여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최씨와 김씨는 최근 부모님의 설득으로 교회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원래 다니던 교회에 정착하지 못해 다른 교회로 옮겼다. 최씨는 이전 교회에서 그가 돌아오는 걸 거부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김씨 역시 신천지에서 회심한 걸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그는 “기존 교회에서 편견을 갖고 다른 세상 사람처럼 볼까 무섭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교회가 이들을 밀어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이단대책위원장 진용식(안산상록교회) 목사는 “교회들은 신천지에서 돌아온 청년이 이단상담을 통해 다시 성경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따뜻하게 대해줘야 한다”며 “소속감을 잃어버린 청년들을 교회가 잘 품어야 영혼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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