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돼지흥분제 사건 전말 기사의 사진
지난 대선 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대학시절 성폭행 모의 논란이 뜨거웠다. 홍 후보는 2005년 에세이에서 대학 1학년 때 하숙집 친구가 짝사랑하는 여대생과 월미도로 야유회를 갈 때 친구들과 함께 돼지흥분제를 구해줬다고 썼다. 사퇴 요구까지 나오자 그는 “함께 하숙했던 S대 학생들끼리 한 얘기를 들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함께 하숙하던 S대 상대생들이 지금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어서 실명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인터넷에선 범인(?) 찾기가 시작됐다. 6년 전 한 일간지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서충일 STX 사장, 정해문 주태국 대사 등이 홍 후보의 종암동 하숙 동문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지라시에선 서 사장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엊그제 그 중 한 명에게 꾹 참았던 질문을 던졌다. “아이고, 억울해서 기자회견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돼지흥분제 논란이 벌어진 뒤 종암동 하숙 동문들은 서로 전화를 돌려봤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모두 금시초문이었다. 서 사장과 박 전 장관, 부산대 김종기 교수는 73학번이어서 당시 고교 3학년생이었다. 홍 후보와 같은 72학번은 장 사장과 정 대사인데 이들도 모르는 얘기였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홍 후보의 ‘뻥’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대학생들은 송추나 대성리로 야유회를 갔다. 연륙교도 없고 지하철도 없던 시절인데 반나절이나 걸리는 월미도까지 야유회를 갔다는 게 신빙성이 없다는 거다. 여관도 흔치 않던 시절이다. 당시 홍판표(개명 전 이름)는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존재였다고 한다.

가장 억울한 사람은 서 사장이다. 적자를 내던 STX를 흑자로 돌려놔 지난 3월 연임됐는데 지난달 말 문재인정부로부터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았다. ‘구라’ 센 하숙집 친구 때문에 성범죄자로 몰린 것도 모자라 직장까지 잃었으니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할까.

글=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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