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서윤경] 부바와 키키 기사의 사진
불특정한 형태의 도형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형태의 기둥들이 삐죽 삐죽 나와 별 모양을 이룬다. 다른 하나는 기둥의 형태가 둥글둥글하다. 그리고 두 개의 이름이 있다. 부바(Bouba)와 키키(Kiki). 실험자는 “두 모형에 이름을 붙인다면 어느 쪽이 부바이고 어느 쪽이 키키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50대 50의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0명 중 9명 이상이 날카로운 모형에 키키, 둥글둥글한 모형에 부바란 이름을 붙였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왜 사람들은 각 모형에 하나의 이름을 떠올렸을까.

인지언어학에선 소리와 의미의 자의적 연결이라고 설명한다. 언어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시각적 이미지와 연결한다는 것이다. 키키는 날카롭고 뾰족했지만 부바는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웠다. 색깔에도 이미지가 덧입혀진다. 대통령 선거기간이었던 지난 4월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난 한 고위 공무원과 인사를 나누며 명함을 주고받았다. 그 공무원의 명함엔 자신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흑백 스케치 그림 속에 묘하게도 넥타이만 빨간색이었다.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기자에게 “전혀 상관없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빨간색은 특정 정당의 당색이었고 어느새 ‘보수’를 상징하는 색이 됐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으로선 당연한 해명이었다.

이렇게 색과 언어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듯 직업도 고유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공무원은 보수적이며 기자는 따지기 좋아한다는 이미지. 그런 의미에서 장관은 재미있는 직업(?)으로 보인다. 엄밀히 말해 ‘직책’이란 표현이 맞지만 외부에서 다른 업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공무원 세계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누가 장관이 되느냐에 따라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힐 수 있다.

지난 주말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됐다. 내부에선 이공계인데다 교수라는 점에서 “고집이 셀 것”이라며 걱정이 많다. 국토교통부는 3선 의원인 김현미 장관이 왔다. 정권 초기 국회와의 협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평가는 좋았다. 여전히 사고의 중심이 국회에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문재인정부의 1기 조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취임 71일 만에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새 정부의 출발은 이제부터다. 1기 내각은 어떤 이미지로 연결될까. ‘키키’일까 ‘부바’일까.

글=서윤경 차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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