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야생 진드기의 습격, 당신을 노린다… 커지는 감염병 위험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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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털 사이트 지식인 카페 등에 야생 진드기에 물린 경험담을 나누거나 궁금증 해결을 요청하는 글이 부쩍 많아졌다. 한 고교생은 ‘학교 벤치에 앉아 무심코 다리를 봤는데, 이상한 검은 점 같은 게 붙어 있어 손으로 떼냈더니 진드기였다. 빨간 피가 터져 나와 깜짝 놀랐다’며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집에서 키우던 애완견 털 속에 깊이 붙어 있던 진드기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야생 진드기가 인간 곁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과거 소나 개 말 멧돼지 쥐 사슴 노루 고라니 등 가축과 야생동물을 1차 숙주로 삼았던 야생 진드기가 사람을 직접 공격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등산이나 캠핑 인구가 늘면서 진드기가 많이 서식하는 산이나 들에 노출되는 횟수가 증가한 탓이 크다. 연세대 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용태순 교수는 24일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농경지나 주거지(민가)를 침범하는 일이 잦아진 것도 연관 있을 것”이라며 “이런 숙주 동물을 통해 진드기를 가까이 접하게 되니 사람 공격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상 기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날이 더우면 진드기 활동이 왕성해지고 그만큼 교배가 많이 이뤄져 개체수가 늘기 때문이다. 용 교수는 “진드기는 피를 빨거나 피부 진액(체액)을 섭취해야 하므로 숙주 동물이 꼭 필요하다”면서 “야외 풀밭이나 야산 등에 숨어서 활발히 움직여 어디로 이동하기보다는 동물이나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다 공격한다”고 말했다.

‘병원체 온상’ 야생 진드기

진드기는 ‘병원체의 온상’이다.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 리케치아(세균과 바이러스의 중간 형태), 기생충 등을 매개한다. 진드기에 물린다고 해서 다 감염병에 걸리는 건 아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갖고 있다가 숙주 동물에 붙어 흡혈 혹은 체액 섭취 과정에 병원체가 인체에 옮아가 감염된다.

국내에 서식하며 감염병을 옮기는 건 주로 참진드기와 털진드기류다. 참진드기는 28종이 있으며 작은소피참진드기, 개피참진드기, 사슴참진드기, 일본참진드기, 산림참진드기, 뭉뚝참진드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살인 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피참진드기가 위험하다. 치명률이 30% 안팎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유발하는 ‘분야바이러스’를 매개한다. 우리나라 초지에서 채집되는 진드기의 98% 이상이 이 종류다. 단,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진드기는 0.46% 정도다.

유충은 1㎜ 크기로 맨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성충이 되면 3∼4㎜로 커진다. 하지만 동물에 붙어 피를 5일 이상 빨면 부피가 무려 100배까지 불어나 ‘팥알’만해진다. 톱니 모양의 주둥이로 피부를 뚫어 상처를 입히지만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참진드기는 흡혈 후 숙주에서 일단 떨어져나왔다가 새로운 숙주에 다시 붙는데, 숙주를 바꾸는 습성 때문에 질병 전파 능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SFTS, 올 상반기 74% 급증

유충과 성충이 모두 흡혈하며 4∼11월에 왕성하게 활동한다. SFTS는 2013년 처음 국내에서 확인된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감염자는 2014년 55건에서 2015년 79건, 지난해 165건으로 2년새 3배 늘었다. 3년간 56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상반기(6월 30일까지)에만 SFTS 환자 47명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27명)보다 74.1% 증가했다. 사망자도 11명으로 지난해(3명)보다 3배 넘게 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급증한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했다.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린 뒤 1∼2주가 지나면 원인을 알 수 없는 38도 이상 열이 나고 감기처럼 피로와 식욕저하 구토 설사 복통 등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는 “작은소피참진드기가 활동하는 봄부터 가을까지 전국에 걸쳐 발생하고 있으며 7∼9월에 환자가 가장 많은 만큼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FTS 감염자는 50대 이상의 농임업 종사자 비율이 높다. 특히 고령자는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이 약해 걸리면 사망률이 높다. 혈액이나 체액 전파가 가능해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감염되기도 한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증상 완화 요법이 전부다. 예방 백신도 없다.

최근 환자의 혈액에서 혈장을 분리해 제거한 뒤 감염 후 회복된(면역을 획득한) 환자의 혈장을 보충적으로 주입해 치료하는 방법이 실험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또 항바이러스제 중 ‘리바비린’이 실험실에서 효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엔 들어와 있지 않다.

라임병 3배 증가…과녁 모양 홍반 의심

라임병은 환자 수는 많지 않지만 근래 발생이 급증하는 추세다. 라임병은 미국 코네티컷이나 로드아일랜드주 등 동부지역에서 사슴에 붙어 흡혈하는 사슴참진드기가 옮기는 걸로 많이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2만∼3만명의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선 일본참진드기와 산림참진드기가 주로 옮긴다. 1992년 산림참진드기와 등줄쥐에서 병원체(보렐리아 버그도르페리균)가 확인됐고 2012년 강원도 화천에서 처음 환자가 발생했다.

감염 초기에는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진행되면 수막염, 안면신경 마비 등이 나타나고 장기간에 걸쳐 만성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라임병 환자는 지난해 27명(국외 유입 9명 포함)이 발생해 2015년 9명(6명)보다 3배나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만 국외 유입 7명을 포함해 18명이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 감염자의 절반을 훨씬 넘는 수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라임병은 매개 진드기에 물리고 1∼3주 후 70∼80%에서 5㎝ 크기의 과녁 모양 붉은 반점(유주성 홍반)이 한 개 이상 나타나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이밖에 참진드기류에 의해 매개되는 감염병은 야토병 진드기매개뇌염 진드기매개티푸스 일본홍반열 아나플라즈마증 콜로라도진드기열 바베스열원충증 범안열원충증 진드기마비증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야토병과 아나플라즈마증은 국내에 환자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고 진드기매개티푸스와 일본홍반열 등도 작은소피참진드기나 등줄쥐 등 숙주 동물에게서 병원체가 검출되기도 했다. 앞으로 얼마든지 다수의 환자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16곳의 매개체 감시 거점에서 매월 진드기 개체수 변화와 환경 감시를 벌이고 있다.

털진드기 서식 북방한계선 북상

흔히 가을철 열성질환으로 알려진 쓰쓰가무시증은 털진드기가 매개한다. 우리나라에 사는 털진드기는 51종이나 된다. 이 중 쓰쓰가무시증을 일으키는 ‘리케치아’를 보균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8종이다. 대표적인 게 대잎털진드기와 활순털진드기다.

털진드기는 주로 텃밭이나 논두렁 풀밭 등에서 많이 서식한다. 용태순 교수는 “참진드기가 주로 산림이 많은 해발 600m 이상 고산지역에 사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4∼6월 농사철에 논밭일 하러 온 농부 등을 많이 문다. 유충 활동이 왕성해지는 10∼11월에는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추수 진드기(harvest mite)’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유충은 0.15∼0.2㎜ 크기로 참진드기보다 작다. 유충 시기에만 동물이나 사람을 공격하며 질병을 전파한다. 털진드기 유충은 참진드기와 달리 피를 빠는 게 아니라 피부 진액(체액)을 섭취한다. 동물이나 사람 귀 사타구니 등에 붙어 진액을 빨아먹으면 노랗게 보인다. 물린 자리는 처음 5∼20㎜의 딱지(가피)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 치명률은 5% 내외로 SFTS보다 낮다.

대잎털진드기는 전국에 분포하며 활순털진드기는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관계자는 “근래 기후와 환경 변화로 인해 활순털진드기의 북방한계선이 차차 북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그에 따른 쓰쓰가무시증 환자 발생 증가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1996년 전북과 포항을 잇는 지역 아래에서 주로 발견되던 활순털진드기가 2005∼2007년엔 충남과 경기 남부 일부, 2011년에는 경기 북부 일부까지 서식이 확인됐다.

진드기 매개 감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등산이나 캠핑 등 바깥 활동을 할 땐 정해진 길과 장소를 이용하는 게 좋다.

김성한 교수는 “잔디나 풀밭에서는 긴소매나 긴바지, 다리를 완전히 덮는 신발을 신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한다. 귀가 후에는 옷을 깨끗이 세탁하고 진드기에게 물리지 않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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