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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맛집’이 궁금한데… 위생등급제, 프랜차이즈 ‘잔치’

64곳이 ‘매우 우수·좋음’ 등급 프랜차이즈가 76.6% 차지… 실효성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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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음식점에 위생등급제를 실시한 지 두 달여 만에 64곳이 ‘매우 우수’부터 ‘좋음’까지 다양한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76.6%(49곳)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이었다. 정작 소비자가 궁금해 하는 ‘동네 맛집’의 위생 정보는 부족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월 19일부터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전면 시행했다. 지난 12일까지 64곳이 등급을 받았으나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음식점은 15곳에 그쳤다. 위생등급을 받은 프랜차이즈는 본죽앤비빔밥(본아이에프) 빕스(CJ푸드빌) 토다이(토다이코리아) 계절밥상(CJ푸드빌) 애슐리(이랜드) 등 대기업 계열사와 백화점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위생등급제는 음식점이 자율적으로 원하는 등급을 신청하면 평가를 통해 지정·보류 여부를 결정한다. 음식점 위생 수준을 높여 식중독 발생을 줄이자는 취지다. 위생등급을 지정받으면 표지판 제공, 시설·설비 개보수에 따른 융자 지원 등 혜택도 있다. 검사 비용 등은 식약처가 부담해 음식점은 별도의 부담이 없다. 식약처는 제도 시행 첫해인 올해 말까지 8억27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해 모두 6000곳에 등급을 부여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24일 “신청 자체를 프랜차이즈에서 많이 하기 때문에 등급을 받은 곳도 프랜차이즈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는 개인 음식점 참여가 계속 저조하다면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식자재 유통부터 관리까지 위생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 프랜차이즈보다 포털사이트 등에 소개된 ‘소문난 동네 맛집’의 위생 정보가 소비자들에겐 더 궁금하다는 입장이다.

이수현 소비자시민모임 실장은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건 이미 위생상태가 좋은 프랜차이즈 위주의 위생등급이 아니라 영세업체나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음식점 위생에 대한 정보”라고 꼬집었다. 안정희 한국YWCA연합회 소비자담당 부장도 “중소형 음식점의 위생상태 정보를 소비자 욕구에 맞춰서 제공해야 시행 초기인 위생등급제의 신뢰성을 점차 확보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측은 “위생관리 체크리스트를 게시해 업체들이 위생등급 검사에 손쉽게 대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음식점의 자율 신청에 맡기는 제도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 캐나다 토론토, 일본 도쿄·요코하마, 덴마크, 영국 웨일스 지방에서는 위생등급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웨일스는 2013년 위생등급 평가를 법제화해 평가결과를 대중에 공지하고 있다.

영세 음식점은 인력·비용의 한계 때문에 위생검사를 받는 것조차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 주인 신두철(48)씨는 “우리처럼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음식점은 장사하기도 빠듯해 청소할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지 않는 이상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조직적으로 위생관리가 가능한 프랜차이즈가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권문정 경남과학기술대 외래교수는 “영세 음식점이 스스로 위생의 질을 높이기에는 규모나 예산 등의 한계가 있어 주방개선사업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등급제 의무화 방안은 그 이후에 단계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위생 문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맛집 탐방만 부각할 게 아니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당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일러스트=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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