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신앙] IT전문가? IT선교사입니다!

정원혁 씨퀄로 대표의 특별한 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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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혁 대표(가운데)가 지난 2월 초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현지 아이들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정원혁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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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라는 말만 봐도 도망 다닌 적이 있었죠. 지금 돌아보면 하나님 말 안 듣던 요나 같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신도선교사로 사역하고 있는 정원혁(52) 씨퀄로 대표의 회고다. 정 대표는 데이터베이스 컨설팅 업체인 씨퀄로 외에 기독교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경영컨설팅 업체 디플러스의 대표도 맡고 있다. 정 대표를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열아홉살 때인 1984년 개인용 컴퓨터를 처음 접했다. 아버지가 당시 큰돈을 들여 막 출시된 애플2 컴퓨터를 사왔다. 컴퓨터가 희귀하던 시절이었다. 낯선 컴퓨터를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많아 ‘사탄의 도구’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컴퓨터를 갖고 할 수 있는 건 게임 정도밖에 없었다.

컴퓨터를 처음 의미 있게 쓰게 된 건 교회 덕분이었다. 정 대표는 교회 성가대에서 악보를 찾을 때마다 고생하는 걸 보며 컴퓨터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며칠간 프로그래밍 책을 뒤지며 공부한 끝에 악보를 저장해놓고 검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교회 성가대 악보 정리는 정 대표 몫이 됐다.

정 대표는 컴퓨터 실력을 발휘해 첫 직장에서 ‘이메일 선교사’가 됐다. 국내에 이메일 서비스가 제공된 지 얼마 안 된 90년대 초라 활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가 생각해낸 건 큐티(QT) 편지였다. 불신자들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이메일에 재밌는 일화와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넣었다. 처음엔 지인 몇몇만 보던 QT편지 수신자는 5년여만에 500명으로 늘었다.

한때 아버지처럼 목회자가 되길 꿈꾼 적도 있었지만 부르심이 없었다. 선교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헌신할 용기가 없었다. 수련회에서 선교의 뜻을 품은 사람은 일어나라고 할 때도 자리에 앉은 채 버텼다. 좋은 선교사가 될 것 같다며 추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외면했다. 정 대표는 “선교에 대한 부르심을 계속 피해 다닌 때였다”고 말했다.

직장생활 4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MS)로 이직했다. 컴퓨터에 대한 전문성을 더 키우고 싶었다. 입사 뒤엔 세계에서 28번째로 MS공인강사(MCT) 자격증을 땄다. 이후 정보기술(IT) 강의를 하며 7년 넘게 프리랜서로 일했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졌고 직업 만족도도 컸다. 하지만 선교에 대한 마음은 마음속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하나님은 예상 못한 시기에 상상도 못했던 장소로 정 대표를 부르셨다. 그는 2002년 만난 평신도선교사 A씨로부터 남미 페루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페루의 아마존강 상류 지역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아이들에게 무료급식도 하고 있다고 했다. 페루를 찾아 2주간 A씨를 도와 봉사하고 복음을 전하면서 현지인들에게 IT교육도 했다. 복음을 받아들인 현지인들이 뜨겁게 찬양하며 춤추는 모습은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았다.

정 대표는 이후 평신도 IT선교사로 헌신했다. 최근엔 러시아 인도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의 선교사들에게 IT교육을 하거나 관련 창업을 돕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2월에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초등학교를 방문해 컴퓨터교육을 하고 돌아왔다. 그는 “선교현장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은 사역의 필수”라며 “IT교육을 통해 현지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IT로 비즈니스 선교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목회자도 아니고 선교사로 정식 파송 받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다른 목회자나 선교사들 못지않게 복음 전도에 집중돼 있다. 그는 “예수님과 한국에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 신앙의 선배들에게 진 큰 빚을 평생 갚으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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