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신상목] 해돈 로빈슨 교수를 추모하며 기사의 사진
지난 22일(현지시간) 별세한 해돈 로빈슨 미국 고든콘웰신학교 석좌교수는 우리 시대의 영향력 있는 설교 스승이었다. 그는 1996년 전 세계 영어 사용 국가 중 가장 위대한 설교가 12인에 선정됐고, 2006년 미국의 대표 기독교잡지 ‘크리스채너티투데이’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설교자 25명에 뽑혔다. 이 같은 찬사에도 그는 “오직 그리스도 외에는 위대한 설교자가 없다”며 부끄러워했다.

로빈슨 교수는 1931년 미국 뉴욕시 할렘에서 태어났다. 이름 해돈은 그의 어머니가 ‘설교의 황태자’로 불렸던 영국의 찰스 해돈 스펄전 목사의 중간 이름을 따서 지었다. 아들도 명설교자가 되기를 원했던 걸까. 모친의 기도는 결국 응답됐다. 그가 설교자로 재능을 보인 것은 16세 때였다. 한 번은 교도소 전도를 나갔다가 설교할 기회가 있었는데 20명의 재소자들이 그 자리에서 예수를 믿었다고 한다. 해돈이 처음부터 설교의 소질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그가 성장했던 할렘은 지금도 악명이 높지만 당시에도 험악한 동네로 소문난 곳이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미국에서 가장 거친 이웃이 사는 지역’으로 불렀다. 해돈이 살던 동네 이름은 ‘마우스 타운’이라는 공동주택 거리였다. 그는 거기서 교회에 다니지도 않고 동네 패거리들과 어울렸다.

기독교인이 된 것은 농구를 하려고 팀이 있는 모임을 찾다가 교회에 가면서다. 그는 브로드웨이장로교회에서 농구가 아니라 일생의 은인을 만났다. 주일학교 교사 존 미가트는 독특한 방법으로 성경을 가르쳤다. 장의사에서 가져온 성화를 이용해 퀴즈를 냈다. 아이들은 신기한 그림에 호기심을 보였고 단번에 성경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해돈은 미가트 선생의 영향으로 성경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집에서 설교 연습을 했는데 그 대상자는 침대 밑을 다니던 쥐들이었다고 한다. 마우스 타운에서 살면서 ‘마우스’에게 설교했던 것이다.

미가트 선생은 교리와 성경 지식만 가르치지 않았다. 학생들을 자식처럼 돌봤다. 한 번은 해돈의 안경이 깨졌을 때 그의 집을 찾아와 말했다. “내가 새 양복을 사려고 돈을 모아놓았는데 이제 필요 없게 됐다. 이 돈으로 안경을 맞춰라.” 해돈은 그 돈을 거절했지만 감동을 받았다.

미가트 선생의 행실은 해돈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가 1951년 달라스신학교에 입학했을 때 존재하지 않던 설교학 과정을 만들어 동료 학생들에게 설교를 가르친 일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신학교에 입학해 차별을 받자 그들의 친구가 돼준 일화는 유명하다.

로빈슨 교수는 생전에 설교자를 ‘헤럴드(herald)’ 즉 전령으로 지칭했다. 황제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했던 전령처럼 설교자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교자는 성경 본문이 직접 말하도록 해야 하며 설교자 자신은 작아져야 한다”고 했다. 종교개혁자들의 외침처럼 설교자는 ‘오직 그리스도’ ‘오직 은혜’만을 전해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로빈슨 교수의 별세 소식을 들으며 한국교회 강단을 생각한다. 일개 신자의 한 명으로서 목회자의 설교를 비평할 생각은 없다. 다만 어떤 설교가 나쁜 것인지는 말하고 싶다.

첫째, 본문만 던져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설교다. 잔소리와 잡담, 선전선동, 넋두리 등은 여기에 해당한다. 신자들은 해당 본문에서 목사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싶다.

둘째, 성경 전체의 주제나 맥락을 무시하는 설교다. 이런 설교는 십중팔구 본문이 구약에 집중된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문자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구약의 성전과 오늘날의 교회당은 같다거나 구약 제사장과 목사는 동일하다는 설명 등이다. 그런 설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신약이 배제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설교는 목회자의 영성과 능력,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청중이 누구냐에 따라 내용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신자들에겐 듣는 귀가 있다. 그들은 다 안다. 한 가지만 덧붙이고 싶다. 목회자들의 설교가 부디 자신의 삶과 다르지 않기를 바란다.

신상목 종교부 차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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