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스타워즈 기사의 사진
1983년 3월 23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전략방위구상(SDI)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으로 날아오는 핵탄도미사일의 속도와 좌표를 인공위성으로 확인한 뒤 우주공간에서 레이저로 격추시키겠다는 것이다.

꿈같은 소리였다.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를 연구하는 비용만 300억 달러였다. 실제 작동까지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계획이었다. “언론은 영화배우 출신인 레이건 대통령이 조지 루카스 감독에게 꽂혔다”고 몰아세우며 SDI를 ‘스타워즈’라고 불렀다.

미국에서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밖에서 보는 시각은 달랐다. 당시 소련이 느끼는 위협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핵미사일을 먼저 쏘더라도 상대방을 한순간에 완전히 파괴할 수 없으므로 보복공격에 함께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전략(상호확증파괴·MAD)으로 평화가 유지되던 시대였다. 선제공격에 살아남을 미사일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에 미·소는 7만개가 넘는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

크렘린은 고민에 빠졌다. 불가능하다고 비웃다가 미국이 SDI를 성공시키면 소련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따라가려니 버겁다. 미국처럼 국방비를 4년 만에 2배로 늘릴 여력이 없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양보를 거듭하다가 미국과의 핵군축에 합의했다. 이후 소련이 해체되며 냉전은 끝났다.

그러나 SDI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땅으로 내려와 발전을 거듭했다. 아버지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전지구적제한공격방어(GPALS),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전역미사일방어(TMD)·국가미사일방어(NMD),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으로 이어지면서 미국의 핵심 방어 시스템으로 자리를 굳혔다.

현재 미군의 MD 시스템은 고성능 레이더를 군사위성에 연계해 미사일 발사 여부를 탐지하고, 지상에서 발사한 요격미사일로 파괴한다는 점에서 스타워즈의 새 버전이다. 고도에 따라 요격미사일을 달리한다. 87년 SDI 계획의 일환으로 개발이 시작된 사드는 150㎞ 높이를 담당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미국에서 미사일 탐지 및 요격 시스템을 우주에 있는 군사위성에 탑재하는 계획이 힘을 얻고 있다. 지구에 착륙한 스타워즈가 다시 우주로 올라가는 것이다. 과거 냉전시대 유물이 부활하는 데 북한이 한몫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글=고승욱 논설위원,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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