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 “스위스 年35조 버는데… 산림 더 넓은 우리도 보물 키워야” 기사의 사진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이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중앙회 사옥에 마련된 숲 카페 ‘티숨’에서 설치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5월 개장한 숲 카페는 인근 주민들의 힐링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 회장은 인터뷰에서 상조사업 등 산림산업 융·복합 구상을 밝혔다. 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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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사람=한장희 경제부장

이석형(59) 산림조합중앙회장은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 중 최초의 비조합장 출신 중앙회장이다. 외부 인사가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뭔지, 이후 조직은 어떻게 변했는지 새삼 궁금했다.

“사실 산림조합이 탄탄대로였다면 저 같은 외부인이 못 왔을 겁니다.” 이 회장은 자신이 당선된 건 2014년 당시 연속 적자로 인해 커진 지역 산림조합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였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취임 직후 그는 투자부문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등 강도 높은 혁신에 나섰다. 그 결과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2년 연속 흑자경영과 1차 산업 위주의 산림산업을 문화와 서비스가 결합된 6차 산업으로 육성하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전개했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이 회장은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중앙회 8층 회장실과 1∼2층 숲 카페 ‘티숨’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말을 가슴에 품고 지냈다고 했다. 외부에선 온 인사이지만 주인정신으로 임했던 게 임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최근 진출한 상조사업으로 또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취임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비결은.

“기본에 충실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분야는 외부 인사를 수혈했다. 삼성에서 27년 일했던 임원을 데려와 자금운용의 모든 것을 맡겼다. 자리를 주면 권한도 줘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 것이다. 지역·학연 인선을 배제하고, 사업부서에서도 철저히 성과중심 인사를 시행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실적과 성과로 말씀하겠다’고 하셨는데 동의한다. (외부인이기 때문에) 거부감도 있었겠지만 언행일치의 모습으로 임직원의 공감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산림의 산업적 가치를 강조하는데.

“무용지용(無用之用·언뜻 쓸모없는 것으로 보이는 게 오히려 큰 구실을 한다). 현재 우리 숲과 산림을 대변하는 고사성어라고 생각한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126조원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산림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산림을 보물로 만들겠다는 준비는 안 돼 있다. 정치권이나 정책입안자들도 마찬가지다. 민둥산을 녹화했으니 그것으로 끝났다고 본다. 스위스는 산림이 125만㏊인데 강원도가 140만㏊ 정도 된다. 그런데 스위스는 레저·관광으로 35조원을 벌어들인다. 우리나라 전체 관광 수입을 합쳐도 연간 18조원밖에 안된다. 산림산업은 특성상 장기간 시간과 재원이 투입되고 투자 회수기간이 매우 긴 산업이다. 상조뿐 아니라 복지, 치유, 교육, 관광 등과의 융·복합을 통한 산업화가 필요하다. ‘하늘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역발상의 나비축제처럼 산림에 대한 역발상으로 무용지용을 증명하겠다.”

-구체적인 부가가치 창출 구상이 있다면.

“산림녹화에 성공했다면 이제 자원으로 이용하는 선순환구조의 완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산에 베인 나무가 방치되고 있는데 큰 비가 오면 떠내려가서 하천을 막아 범람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산불이 나면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병원균이 서식하는 온상도 된다. 요즘 탈원전이 이슈인데 폐목들을 모아 재가공한 우드팰릿 등을 원료로 전기를 만드는 바이오매스(Biomass) 전용 발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숲도 가꿔줘야 성장한다. 지금처럼 방치하면 잡목들만 무성해서 쓸모가 없어진다.”

-산림조합이 55주년을 맞아 상조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출범 55년 만에 제2의 창사정신으로 6월부터 시작한 게 수목장과 연계한 상조서비스 사업이다. 한때 300개 넘던 상조회사가 190개로 줄어들 만큼 중소 상조회사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는데 피해는 국민이 보고 있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상조회사를 만들었다고 자평한다. 상조사업을 시작한 지 2개월도 안됐는데 가입자가 2만명에 달한다. 그만큼 신뢰받고 있다는 얘기다. 화장 위주로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 장례문화 변화도 적절히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 화장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80%, 그중 수목장을 하겠다는 답변이 5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본격적으로 권역별로 수목장을 설치하려고 한다.”

-북한 산림복구 사업에 대한 실행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통일부에 관련 종잣돈(예산)은 마련돼 있었다. 안타까운 게 박근혜정부 때 아시아녹화기구 등 민간단체 중심의 북한 조림사업이 막혔다. 정치권에서 싸우더라도 순수 민간교류의 길은 열어놨어야 한다. 북한 김정은도 산림녹화의 중요성을 알았는지 김일성대학에 산림대학을 만들었다고 한다. 중앙회는 기회가 되면 식재할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 북한의 식생대와 비슷한 곳인 강원도 고성 철원 등에서 강송 낙엽송 등을 계속 육묘하고 있다. 북한 기후에 맞는 유실수도 연구하고 있다.”

-산주나 임업계의 당면 현안은.

“수익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단순한 임산물 생산보다 산림이나 임산물을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융·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다차산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이 너무 적다.”

-숲 카페가 인상적이다.

“지역 조합 1층에 있는 금융창구는 찾는 사람이 하루에 30∼50명 정도다. 고객이 적게 온다고 탓할 게 아니라 많이 올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산림조합 하면 숲. 그래서 ‘숲 카페를 만들자. 도심 속에서도 치유되는 공간을 만들자. 그러면 금융은 자연히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임산물과 함께 차나 커피 마실 수 있게끔 했다. 조합이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재배한 자바커피를 사용하고 있다.”

이석형 회장은

KBS PD 출신으로 1998년 전남 함평군수에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1999년 시작한 함평 나비축제로 전국에 ‘풀뿌리발 새바람’을 일으켰고, 2004년엔 농촌형 지역발전 우수 사례로 뽑혀 당시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성공 경험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된 노 전 대통령 제8주기 추도식 때 ‘1004마리 나비 날리기’ 행사에 전남 함평에서 공수된 나비가 쓰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인연이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 전국 시장·군수·구청장이 뽑은 ‘일 잘하는 단체장’ 전국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엔 국제협동조합연맹 아시아·태평양 총회에서 임업분과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이 같은 경력 때문에 선거 때마다 이 회장을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 차출설이 나온다. 출마 의향을 묻자 이 회장은 “지금껏 자리가 주어지면 일과 성과로 승부를 걸어 왔다. 거론되는 자리들이 내가 가서 크게 기여할 수 있을지, 그 일을 해서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공부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리=조민영 기자,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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