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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샤로수길… 한쪽서 눈물짓는 상인들

2년새 임대료 급등… 관악로 14길 ‘젠트리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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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로수길로 불리는 서울 관악구 관악로14길 입구의 1일 모습. 지난 2∼3년 사이 임대료가 2배 이상 오르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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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200m쯤 걸어가면 대로변과는 전혀 다른 풍경의 골목이 나온다. 들머리에는 초록색 줄무늬 차양을 단 프랑스식 홍합 식당이 눈에 띈다. 바로 옆에는 스페인어 간판의 남미요리 전문점이 있다. 바닥에는 ‘샤로수길’이란 흰색 글씨가 적혀 있다. 행정명칭은 관악로14길이지만 서울대 정문 모양을 본뜬 ‘샤’와 신사동 골목길인 ‘가로수길’을 합쳐 이렇게 부른다.

재래시장이었던 이곳에 개성 있는 맛집이 하나둘 등장한 것은 2012년부터다. 샤로수길이란 별명이 붙으면서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미디어에 소개되고 사람들이 몰려들더니 이젠 젊은이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식당도 여러 곳 생겼다. 동네 주민인 손은희(26·여)씨는 “5년 전만 해도 김치찌개집 하나 있는 허름한 골목이었는데 지금은 몰라볼 정도로 세련되게 변했다”고 말했다.

이곳 상인들은 이 같은 변화를 마냥 반기지만은 못하고 있다. 샤로수길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박태균(32)씨는 2012년 골목 입구에 이탈리안 식당을 열었다. 박씨는 “그땐 저렴한 임대료가 이 상권의 장점 중 하나였다”며 “2년 전쯤부터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시장 안쪽 골목에 있던 가게들은 거의 다 옮겨갔다”고 말했다.

지하철역에서 샤로수길까지 이어지는 대로변 임대료도 덩달아 뛰었다. 문 닫는 가게가 속출했다. 24시간 운영해 대학생과 등산객이 자주 찾았던 한 국밥집은 지난달 문을 닫았다.

식당 관계자는 “3∼4년 전만 해도 1000만원이었던 월세가 이젠 2000만원”이라면서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빈자리에는 프랜차이즈 식당이 들어설 예정이다. 거리를 가꾼 상인들이 임대료 때문에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미용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7)씨는 “서울대입구역 근처를 알아보다 지하인데도 권리금 2억원에 보증금 2억원이란 소리를 듣고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홍대 정문 근처에 절반 가격으로 자리를 얻었다.

관악구청은 지난해 상생협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진척이 없다. 1일 구청 관계자는 “지난 5월 샤로수길상인회를 만들어 현재 180곳 중 50곳 정도가 가입한 상태”라며 “이제 소통창구가 만들어진 거라 아직 상생협약을 진행할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샤로수길은 다른 곳과 달리 관악구 주민이 건물 소유주인 경우가 많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른 곳은 소유주가 대부분 외부인이라 지자체에서 규제 찬성 여론을 형성하기 쉬웠다”며 “샤로수길은 임대료가 더 뛰기를 바라는 주민들 때문에 구청에서도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로수길 경리단길 연남동 해방촌 등 서울에서는 이미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졌다. 이런 곳에선 여러 차례 상권이 물갈이됐다. 지난 3월 망원동 주민 1000여명은 ‘망리단길’(망원동과 경리단길의 합성어)이란 명칭을 거부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이름 탓에 임대료가 오른다는 이유였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재산권 침범 우려가 있는 문제는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플래그십 효과 등을 위해 입점하는 프랜차이즈나 지나치게 빨리 오르는 임대료는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법적 규제가 함께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싫지만 내 땅 값은 올랐으면 좋겠다는 마인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천편일률적 프랜차이즈 점포만 들어서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문화 다양성을 보존하려는 시민의식과 정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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