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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남성욱] 8월 위기설, 한반도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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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 1994년 3월 남북 특사교환 실무접촉에 나온 박영수 북한 대표의 발언으로 한국과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 발언 이후 일부 국민들은 전쟁 발발을 우려했고 라면과 생수 등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북한 대표의 이른바 ‘불바다’ 발언은 북핵 문제로 한반도에 긴장이 한껏 높아가던 때라 폭발력이 가중되었다. 당시 중국은 유소작위 정책을 주장한 장쩌민 주석의 중립적 입장으로 한반도 문제 개입에 소극적이었다. 그해 6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10월 제네바 합의로 1차 북핵 위기는 조용히 마무리됐다.

지난 4월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 회담을 가졌다. 그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는 빠르게 변화했다. USS 칼 빈슨 항공모함 등 서태평양 주변의 미 전략자산이 속속 한반도 주변으로 재배치되자 선제타격에 의한 4월 위기설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하지만 트럼프의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역할론’과 임기 첫해 무력충돌의 부담 등으로 벚꽃의 계절은 그럭저럭(muddle through) 지나갔다.

5월 초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일주일 만에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화성 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심야에 전격 선보였다. 북한은 미국 본토 타격 가능성을 과시함으로써 동북아의 게임 체인저가 됐다. 청와대 표현대로 북한 도발은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세계에서 6번째로 ICBM 발사 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북한은 동북아 군사주도권을 장악해가고 있다. 평양은 지구 궤도 재진입과 유도·통제 기술만 보완하면 미국과도 일전을 불사할 것이라며 1년 이내 실전배치에 나설 것이다.

향후 미국의 대응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 외교적 해법이다. 유엔 차원 및 세컨더리보이콧을 비롯한 독자 고강도 제재를 병행하며 북한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중·러의 대북압박 전략도 포함된다. 또한 북·미 양자대화를 통한 핵동결 합의도 가상 시나리오 중 하나다. 둘째는 군사적인 선택지가 포함되는 시나리오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문제는 해결될 것(will be handled)”이라는 발언은 외교적 노력이 성과 없이 소진된다면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등 비외교적 방책도 검토될 것을 상징한다. 다만 1단계 외교적 노력에서 언제 2단계 비외교적 대책으로 넘어갈지는 분명치 않다. 레드라인과 마지노선에 대한 미국의 군사기술적 판단이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공격 목표지점이 94년과 달리 다수이기 때문에 외과수술적인 군사작전이 용이하지 않다. 이동식 발사대와 고체연료로 무장한 북한 미사일은 일차 타격 이후 반격이 가능하다. 중국 역시 94년 상황과 다른 변수다. 미·중 대결구도에서 북핵 문제를 판단하는 베이징은 순망치한의 자세로 북한을 대변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워싱턴의 군사적 옵션이 간단치 않은 동북아 국제정치 환경이다.

이에 따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일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제의함으로써 일단 대결 국면은 외교 협상으로 전환될 것이다. 평양은 자신들의 도발이 의도대로 미국의 유화적인 태도를 이끌어냈다고 의기양양할 것이다. 물론 미국을 더욱 몰아붙이기 위해 추가 미사일 발사도 가능하지만 당분간 소강상태로 미국과 물밑 접촉에서 샅바싸움을 전개할 것이다. 평화협정 체결 및 비핵화 협상이 잘 진전되지 않으면 6차 핵실험이나 ICBM 추가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도 속속 등장할 수 있다.

일단 8월 위기설은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기는 하겠지만 물밑으로 잠수할 것이다. 하지만 북핵 문제의 고질적인 특성상 향후 주기적으로 10월, 12월 위기설 등이 수면으로 올라올 것이다. 최종적으로 김정은 정권이 교체되지 않는 한 한반도 위기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남성욱(고려대 교수·통일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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