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홍준표 대표의 ‘첩’ 논란 기사의 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입은 화약고 같다. 가연성이 높고 폭발력이 세다. 최근엔 ‘첩(妾)’ 발언으로 또 한번 분탕질을 쳤다. 그는 1일 “첩이 아무리 본처라고 우겨본들 첩은 첩일 뿐”이라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바른정당과의 통합 등 우파 진영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에 대한 심경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밝혔다. 바른정당은 첩에 불과하니 본처인 한국당을 따르라는 의미다. 보수 재건은 요즘 그의 정치적 지향점이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과한 독설로 맞받았다. “(홍 대표가) 입만 열면 시궁창 냄새가 난다”고 쏘아붙였다.

홍 대표의 첩 운운은 ‘꼰대’임을 자인한 발언이다. 첩은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퇴행적 형태다.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성적 대상화했다는 점에서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쓰기에는 부적절한 용어다. 첩은 그 자체에 여성 비하의 뜻이 있다. 본부인과는 ‘혼인했다’고 하지만 첩은 보통 ‘들인다’ ‘데려온다’로 표현된다. 첩을 맞는다는 뜻의 ‘축첩(蓄妾)’의 축은 ‘모으다, 쌓다’ 등의 뜻이다. 첩은 법률적으로 오래전에 부정됐다. 1915년 조선총독부가 첩의 입적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이어 48년 제헌의회 때 헌법에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박정희 정권 당시 공무원 축첩자에게 파면 등 중징계를 단행한 이후 본격적으로 사라졌다.

홍 대표의 거친 언사가 논란을 자아낸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처첩(妻妾)’ 논란은 시대착오적 정치인이란 사실을 스스로 확인시킨 사례가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어투를 ‘소박하고 대중적 언어’라고 한다. 나는 그가 여전히 피의자를 대하는 검사의 말투를 쓴다는 느낌을 받는다. 상대를 제압하려는 강박에 사로잡힌 것 같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홍 대표의 첩 발언에 대해 “그분의 수준”이라고 잘라 말했다. 홍 대표는 잊을 만하면 설화에 휩싸인다. 말 때문에 자꾸 발목을 잡혀 신뢰감이 떨어지면 평소 역설하던 보수 재건은 언제 하나.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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