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를 바꾼 성경 속 여인들] 착한 며느리 룻, 하나님의 섭리 가득한 일생

<9> 역사의 중심에 선 이방 여인, 룻

[인류 역사를 바꾼 성경 속 여인들] 착한 며느리 룻, 하나님의 섭리 가득한 일생 기사의 사진
①나귀를 타고 있는 나오미(오른쪽)와 둘째 며느리인 룻이 길가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성경 내용(룻 1장)에 비춰볼 때 나오미는 룻을 향해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권하고 있고 룻은 “시어머니를 따라 베들레헴으로 가겠다”고 간청하는 장면 같다. 이들 뒤로 보이는 다리 위에는 나오미의 첫째 며느리 오르바 일행이 나귀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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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방 여인의 특별한 일생

구약 성경에서 ‘룻기’는 독특하다. 이스라엘 집안의 며느리가 된 이방 여인 룻의 특별한 일생이 성경에 담겼다는 점에서 그렇다. 모압에서 살던 엘리멜렉의 며느리 룻은 시아버지와 남편이 죽자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 베들레헴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늙은 홀아비와 결혼해 유다 지파의 대를 잇게 만든다.

이방 민족의 딸이었지만 선민 이스라엘의 중심 가문의 며느리가 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복음을 통해 민족과 민족의 통합을 이룰 수 있음을 예시하고 있다.

베들레헴에서 모압으로 이주한 엘리멜렉의 가족은 남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다. 남편 엘리멜렉을 잃은 나오미는 과부가 된 둘째 며느리 룻에게 재혼해서 새로운 인생을 살라며 떠나보내려 한다. 하지만 룻은 시어머니의 청을 한사코 거절한다. 그리고 나오미를 따라 베들레헴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남의 집 보리밭에서 이삭을 주워 생활을 꾸려간다.

외롭고 가난하며 비천한 처지의 룻은 시댁 친척 홀아비의 아내가 된다. 이어 아들을 낳는데, 그가 다윗의 할아버지다. 그리고 그 집안에서 성육신하신 예수가 태어난다. 신분이나 처지로는 보잘것없는 가련한 이방 여인의 효성과 믿음이 이스라엘의 큰 가문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 역설적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나약한 이방 여성이라는 점에서 룻기가 주는 메시지는 특별하다.



시어머니를 감동시킨 며느리 룻의 고백

한 집안의 남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형편에서 시어머니 나오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낙향 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홀로 남게 된 두 며느리였다. 시어머니가 과부 둘을 데리고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가는 건 젊은 며느리들의 인생길을 가로막는 처사였다. 그래서 나오미는 두 며느리에게 친정으로 돌아가라고 강권했다. 맏며느리는 시어머니 뜻을 따랐다. 그러나 둘째 며느리 룻은 시어머니와 함께 살겠다고 버틴다.

이런 상황에서 시어머니를 향한 룻의 고백은 절실하면서도 사뭇 감동적이다.

“저더러 어머님 곁을 떠나라거나, 어머님을 뒤따르지 말고 돌아가라고 강요하지 마십시오. 어머님이 가시는 곳에 저도 가고, 어머님이 머무시는 곳에 저도 머무르겠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제 겨레이고, 어머님의 하나님이 제 하나님입니다. 어머님이 숨을 거두시는 곳에서 저도 죽고, 그곳에 저도 묻히겠습니다. 죽음이 어머님과 저를 떼어놓기 전에 제가 어머님을 떠난다면, 주께서 저에게 벌을 내리실 겁니다. 또 벌을 더 내리신다 해도 달게 받겠습니다.”( 룻 1:16∼17)

여기에는 이방 여인 룻이 선민 이스라엘 집안의 일원이 되려는 간절함이 엿보인다. 시어머니와 함께 함으로써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드러난다. 이는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 민족과 민족의 결합이 되고, 다시 하나님을 모르는 민족이 하나님께 돌아올 수 있음을 확증하고 있다.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룻은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야 했다. 그래서 시댁 친족 가운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보아스의 보리밭에서 보리 이삭을 줍게 됐다. 보아스는 나오미 집안의 형편과 룻의 처지를 알고서 그녀를 배려한다.

시어머니는 보아스가 친족이면서 좋은 남성임을 알았기에 룻이 그와 결혼하기를 원한다. 결국 룻과 보아스는 부부가 된다. 둘 사이에 아들이 태어나면서 나오미 집안의 대가 이어진다. 그 아기 오벳은 이새의 아버지요 다윗의 할아버지다.



룻을 향한 하나님의 놀라우신 계획

룻의 일생담이 주는 의미는 이방 여인이 유다 지파 예수의 족보에 이름을 남겼다는 것이다. 가난한 과부가 재혼을 포기한 채 시어머니를 모시려고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이방 여인. 그녀가 결국 이스라엘 중심 지파의 대를 이루게 된 것이다.

낙향한 엘리멜렉 집안이 이방 여인 룻 덕분에 다윗 왕을 낳게 되는 융성한 가문으로 변신하게 됐다. 이같은 인생 역전은 인간의 역사를 주관하는 하나님의 섭리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그 섭리는 인간의 선택에 의해 완성된다.

남편이 죽어 홀로 된 룻은 재혼을 강권한 시어머니의 청을 거절했다. 오히려 시어머니와 함께 살기를 선택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섭리가 이뤄진 것이다. 특히 역사적 전환을 만들어낸 또 다른 주인공 보아스는 초라한 이방 여인과 하나님을 충실하게 섬기는 늙은 사내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룻의 일생은 인간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일과 그 사역에 동참하는 인간의 몫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하나님은 전 인류를 구원하기 원하신다. 이스라엘 민족은 역사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필요한 등장인물에 불과하다.

룻의 일생을 들여다보면 사람과 사람, 집안과 집안, 민족과 민족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맺어질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또 개인들은 하나님의 섭리를 이루기 위해 저마다 다양한 사건에 나름대로 동참하게 된다. 이러한 관계망의 확산을 통해 역사는 전개된다. 그 관계망을 계획하시고 운용하는 이는 하나님이다. 인간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하나님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사람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일하심을 룻의 일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하는 사람들은 여러 사람들을 통해 관계를 맺으며 일한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크고 놀라우신 계획은 인간의 지혜로 헤아릴 수 없다. 이 또한 룻의 일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잘것없는 이방 여자이며 과부인 룻이 어떻게 이스라엘 유다 지파 가문의 대를 잇는 매개가 될 수 있었는지 당대 사람들은 과연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룻은 당대에 불행한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유다지파를 계승했으며, 그 지파에서 다윗과 성육신의 예수가 탄생했다는 이 사실을 통해 인간은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 있을 때에 행한 모든 행위에 대한 보상을 바란다. 우리의 생각이 늘 현재에 머물러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하지만 하나님은 긴 역사적 안목 속에서 피조물을 불러 쓰신다. 그 의미는 반드시 인간의 눈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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