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하나님 보시기에 쓸모없는 게 있을까요?

폐가죽을 새 가방으로 ‘모어댄’ 최이현 대표

[예수청년] 하나님 보시기에 쓸모없는 게 있을까요? 기사의 사진
최이현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모어댄이 생산한 가방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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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함부로 쓸모없다 판단하지 말자.’

사회적 기업 ‘모어댄’을 운영하는 최이현(36) 대표의 사업 좌우명이다. 모어댄은 자동차를 만들거나 폐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죽으로 가방, 지갑, 신발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최 대표는 중소기업청장 표창(2016), 창조경제대상 ‘도전 K스타트업’ 우수상(2015) 등을 수상하면서 주목받는 청년 사업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자동차시장길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최 대표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사업 좌우명에 대해 아버지 영향이 크다고 했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40대에 신학교에 진학해서 목회자가 되셨습니다. 작은 개척교회였지만 ‘복음 전파’의 사명감으로 열심히 사역을 하셨죠.”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성도들과 예배당을 수리하던 중 아버지가 두 눈을 실명하는 사고를 당한 것. 최 대표가 고등학교 3학년때였다. 졸지에 시각 장애인이 된 아버지를 보면서 가족 모두가 큰 절망에 빠졌다.

“아버지는 목회사역을 이어갈 수 없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 하셨습니다. 본인이 쓸모없다고 여기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주저앉아 계시지만은 않았어요.” 마음을 다잡은 최 대표의 아버지는 지역의 장애인 단체에서 장애인 권익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시각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한 쉼터도 만들었다. “장애를 얻었다고 아버지가 결코 쓸모없어진 것이 아니었어요. 또 다른 분야에서 가치를 인정 받으셨잖아요.” ‘함부로 쓸모없다 판단하지 말자’는 좌우명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최 대표는 군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미래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머리를 식힐 겸 떠난 여행이었어요. 여행 자금이 넉넉지 않아 각 나라에서 갖가지 일을 하며 지냈죠.” 영국에 머물 때는 ‘옥스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영국 최대 NGO인 옥스팜은 1948년 처음 등장한 자선가게로 학생과 주민들이 기증한 옷과 책, 음반, 사진 등을 저렴하게 팔아 가난한 이들을 돕는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저 스스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리즈대학 대학원에 진학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공했다.

하루는 런던 한인교회에 새벽 예배를 드리러 갔다. “예배 후에 주차장에 나와 보니 제 차가 심각하게 부서져 있었어요. 누군가 차량으로 부딪친 뒤 도망간 거였죠.” 결국 폐차를 했다. 저렴한 가격에 산, 30년 가까이 된 낡은 중고차였지만 정이 들어 그냥 폐기할 수 없었다. “기억하고자 운전 좌석만 따로 떼 내어 집으로 가져왔어요. 마냥 집에 두기도 곤란해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다 그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도움을 받아 제작한 결과물이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이후 ‘대한민국 자동차 기업의 지속가능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주제로 대학원 졸업 논문을 준비하던 최 대표는 새로운 사실을 접했다. 차량 좌석의 가죽 등 폐차를 할 때 나오는 매립폐기물이 자동차 배기가스 이상으로 심각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었다.

“자동차 회사들은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전기차 등의 개발에만 힘썼어요. 폐차 폐기물에 대한 처리 대책은 없었죠. 폐기물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 오염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최 대표는 2013년 졸업 후 논문 주제를 살려 창업을 결심하고 귀국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창업 자금을 지원받아 2015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가죽을 얼마나 수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가죽 좌석을 선호해 폐차 과정에서 가죽이 많이 나옵니다. 생각보다 재료 수급을 쉽게 할 수 있었어요.”

수거한 가죽은 물 세척과 항균 처리 등을 거쳐 가죽 제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차량에 사용되는 가죽은 여름에는 열기에 강하고 겨울에는 습한 환경에도 잘 견디는 매우 질 좋은 가죽이에요. 또 사람이 수만 번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 길이 잘 들어 있죠.”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량이 꾸준히 늘었다. 매장도 점차 늘려 나가고 있지만 최 대표는 이익 증대에만 몰두하지 않겠다고 했다. 모어댄은 현재 탈북민을 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한 작업을 준비 중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 ICA)과 협력해 베트남에도 조만간 사업장을 열어 직업이 없어 가난한 현지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낙오됐다고 손가락질 받는 소외된 이웃들도 하나님 보시기에는 귀한 존재잖아요. 그들과 함께 세상이 쓸모없다 판단한 것을 다시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을 해나갈 겁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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