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70년대 한국현대미술의 심장… 대구가 다시 뛴다

6회째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르포

70년대 한국현대미술의 심장… 대구가 다시 뛴다 기사의 사진
‘2017 강정 대구현대미술제’가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강정보 디아크 일대에서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가로수에 춤추는 여인의 치마처럼 설치돼 있는 이은선 작가의 작품 ‘댄싱 트리’. 달성문화재단 제공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지난 3일 저녁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강정보 디아크 일대. 은빛 우주선 모양의 디아크가 이정표처럼 서 있는 낙동강 변 강정 유원지에선 ‘2017 강정 대구현대미술제’가 한창이다. 마침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로수에 치마처럼 설치한 이은선 작가의 작품 ‘댄싱 트리’가 한껏 춤을 추었다.

6회째인 올해는 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 출신인 안미희(50)씨가 예술감독을 맡아 건축가인 서울대 최춘웅 교수와 협업했다. 잔디밭 곳곳에 작은 구조물을 만들고 그 안에 작품을 설치하거나 감상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영국의 터너상 수상자인 마틴 크리드를 비롯해 프랑스 작가 알랭 세샤스, 한국의 홍승혜 함양아 등 국내외 24명 작가의 작품이 디아크 주변 잔디밭에 전시 중이었다. 야외 전시에서는 설치가 쉽지 않는 미디어 작품, 사운드 작품 등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크리드의 작품은 연두색 풍선 1770개로 꽉 채운 공간을 체험하도록 한 것이다. 관객은 ‘청포도 방’ 같은 싱그러운 공간에서 신나게 노는 기분을 누릴 수 있지만, 누군가는 폐소공포증을 느끼기도 한다. 김준 작가는 수조 안에 들어가 낙동강 변에서 채집된 물소리, 바람소리 등을 들을 수 있는 사운드 작품을 내놨다. 미국 작가 제니퍼 스파인캠퍼는 나무 한 그루가 색이 변하며 끊임없이 흔들리는 영상작품을 헛간처럼 꾸민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마침 앉은 자리의 잔디도 바람에 흔들려 묘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

대구는 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전초기지였다. 그 중심에 강정이 있다. 당시 박현기 이건용 이강소 김구림 최병소 김영진 등 대구 출신의 젊은 작가들이 기성 미술계의 경직성에 도전하며 실험미술을 선보였다. 이들이 주도해 1974∼79년 개최한 ‘대구현대미술제’에는 전국 각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강변 백사장에서는 각종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건용(75) 작가는 “이전까지 전시는 화이트큐브의 실내에서 이뤄졌으나 강정을 통해 미술이 밖으로 나왔다”며 “주변 환경과 접목하며 현대미술의 개념을 확장시켰다”고 회상했다.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는 당시의 명성과 실험정신을 되살리고자 달성군 산하의 달성문화재단에서 2012년 창설했다. 안 감독은 “야외 조각 중심의 포맷으로는 70년대 대구 현대미술의 전위성을 살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사운드 증강현실 설치 영상 등 다양성과 실험성을 보여주는데 방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강정미술제는 옛 영광을 부활시킬 수 있을까. 대구는 ‘대프리카’ 별칭을 얻을 만큼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곳이다. 폭염을 감안해 저녁 7시부터 작품의 조명이 켜지는 등 야간 관람 중심으로 꾸몄다지만 여름은 야외 전시의 계절로는 한계가 있다. 실제 그늘이 없는 이곳에는 낮 동안 관객은 거의 없고 저녁 7시가 넘어서야 강바람을 쐬러 나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전시 공간 자체가 디아크 입구 양쪽의 야구장 두 개 크기의 공간에 다닥다닥 설치돼 있는 등 스케일이 작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었다. 입장료가 없다보니 전시의 가치를 느끼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유모차를 끌고 나와 산보하거나 돗자리를 펴서 쉬는 가족 단위 시민 상당수가 전시는 안중에 없는 듯 했다. 달성문화재단 김채한 대표이사는 “야외에서 하다 보니 평면작업을 전시할 공간이 없어 아쉬웠다”며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디아크의 실내 공간을 활용한다면 평면 작품 전시도 하면서 입장료를 받을 수 있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31일까지.

대구=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