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노용택] 의원불패 신화 기사의 사진
지금은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국회 이슈의 중심은 문재인정부 관료 인사청문회였다. 지난 6월 초 본격 시작된 인사청문회 초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 3당은 당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부적격 3인방’으로 찍어 집중 공격했다. 6월 말쯤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신(新)부적격 3인방’으로 등장한다. 여야 간 지속된 부적격 3인방 공방은 사생결단 수준이었다. ‘청문회장 파행→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보고서 채택 시한 만료’로 이어지는 답답한 상황이 반복됐다. 그 여파로 추가경정예산 심사까지 중단돼 국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그러나 전쟁터 같았던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가 평화를 유지한 곳이 여럿 있었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장관 후보자로 나선 곳이다. 김부겸 행정자치·김현미 국토교통·도종환 문화체육관광·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모두 별 탈 없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이른바 ‘현역불패’라는 유구한 전통이다. 2000년 국무위원 인사청문 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역 국회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다. 현역의원 불패신화는 저변에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들끼리 서로 봐준다’는 의심이 깔려 있다. 이런 추론을 증명하기 위한 시도도 해봤다. 우선 국회의원들이 현역의원 출신 공직후보자에게 관대하고 비의원 출신 공직후보자에게 엄격한 검증 잣대를 들이댄다면, 인사청문 자료 요구도 비의원 출신에게 훨씬 많이 했을 것이란 가정을 세웠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 청문회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강 장관 후보자의 청문위원 1인당 자료제출 요구건수는 49.4건이었다. 반면 현역의원 4인의 청문위원 1인당 자료제출 요구건수는 김부겸 56.6건, 김영춘 83.1건, 도종환 72.5건, 김현미 61.6건으로 강 장관 후보자보다 오히려 많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위원 1인당 자료제출 요구건수는 39.6건에 불과했다. 적어도 국회의원 출신 공직후보자를 봐주기 위한 소극적 자료요청은 없었던 셈이다.

현역불패 해답 실마리는 인사청문회를 넘지 못하고 낙마한 조 후보자에 이어 11일 인사청문회에 나서는 김영주 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이야기를 접하며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보좌진이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며 다양한 자료를 요청했고, 이 목록을 접한 김 후보자가 몇몇 친분이 있는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전했다는 것이다. 요구자료 중에는 김 후보자의 신상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김 후보자 전화를 받은 의원 중 일부는 보좌진에 ‘자료요청 철회’를 지시했다. 국회 환노위에 확인한 결과, 자료요청을 철회한 의원이 3명이나 됐다. 누가 어떤 자료를 철회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김 후보자 측은 “무리한 자료요구가 있어 후보자가 해당 의원에게 설명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라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청문위원과 후보 간 의견 교환은 일반적인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 안팎에서는 “인사청문 후보자가 청문위원에게 자료제출 관련 의사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압력이고 부적절한 일”이라는 말이 돈다. 한 보좌진은 “청문회를 앞둔 일반 공직자가 의원에게 전화를 해 자료를 빼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의원들이 청문회를 쉽게 통과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을 대신해 공직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해야 할 의원이 친분에 이끌려 자료요청을 철회한 행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문재인정부 현역불패 신화는 5명으로 늘어난다. 조 후보자로서는 교수인 자신의 신분이 안타까울 만도 하다.

노용택 정치부 차장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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