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사범대 반발 우려 ‘과목축소’ 포기…수능 학습부담 되레 늘어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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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학습 부담이 증가한 이유는 정부가 시험 과목 수를 줄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의 수능 과목 추가는 2015년 교육과정 개편안 발표 때부터 사실상 예고돼 있었다. 이는 학습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교육부는 기존 수능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나 해당 사범대학 교수 등의 반발을 우려해 과목 구조조정을 아예 포기해 버렸다. 정부가 이해관계자와 어정쩡하게 타협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는 수능 내신 비교과활동 등 각종 전형 요소를 모두 신경 써야 하는 고통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부담 증가 요인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통합사회·통합과학이다. 단순히 과목 두 개가 늘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통합사회는 역사 윤리 일반사회 지리, 통합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 융합된 과목이다. 중학교 3학년부터 고교 1학년까지 나오는 개념을 재구조화해 가르친다. 예컨대 통합과학의 ‘시스템과 상호작용’이란 영역을 보면 ‘역학적 시스템’ ‘지구시스템’ ‘생명시스템’이 핵심 개념으로 제시됐다. 물리 생물 지구과학 과목의 개념이 녹아 있는 것이다. 기본 개념을 응용하고 융합하는 능력을 키우는 낯선 과목이어서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통합사회·통합과학 때문에 학습 부담이 증가한다면 수능 과목 수를 줄여 기존 수능과 균형을 맞췄어야 했다. 실제로 과목 수를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었다.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6개 과목만 보는 파격적인 방안과 제2외국어/한문 한 과목만이라도 빼는 방안이 검토됐다. 그러나 모두 빛을 보진 못했다. 교육부 내부 검토 보고서에는 “(수능 과목을 축소한다면) 수능 제외 교과목 담당 교원과 사범대학 등 반발 (우려가 있다)”이라고 적시돼 있다.

수학도 문·이과 시험을 합치려 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문·이과 통합 수학이 시행되면 문과 수준에 난이도를 맞출 가능성이 높았다. 이과생들의 학습 부담이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학력 저하를 우려한 대학 교수의 반발과 이과 쏠림 현상 등을 우려해 추진하지 못했다.

이처럼 늘어난 학습 부담을 절대평가 전환으로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정적으로 1등급을 받는 최상위권이라면 학습량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등급 간 경계에 있는 수험생이나 중하위권 수험생에겐 큰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예컨대 80점대 후반인 경우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90점대 초반인 경우 한 문제라도 더 틀리면 등급이 하락하기에 기계적 반복 학습이 불가피하다. 다만 과학탐구Ⅱ를 수능에서 제외한 것은 이과생들의 수험 부담을 다소 덜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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