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환경평가’ 딜레마… 주민 반발에 정부 멈칫 기사의 사진
10일로 예정됐던 정부의 사드 기지 전자파·소음 측정이 주민 반발과 기상악화로 무산된 가운데 경북 성주군 소성리 마을 도로에 ‘사드 출입금지’라는 팻말 모양이 그려져 있다. 뉴시스
국방부와 환경부가 10일 실시하려던 경북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부지와 주변 지역에 대한 전자파 및 소음 측정이 연기됐다. 국방부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조사는 지역주민·시민단체 등과 추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재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후 현장조사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국방부와 환경부는 이날 헬기를 이용해 사드 배치 부지에 들어가려 했으나 기상 악화로 포기했다. 국방부는 “기상 상황은 한 요인일 뿐이며 다양한 사항을 감안해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성주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전자파 및 소음 측정 연기의 주요 원인이라는 의미다. 주민들과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6개 사드 배치 반대 단체, 대학생들과 민노총 조합원 등으로 이뤄진 통일선봉대들은 “정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검증 시도는 불법적인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와 환경부는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검증 차원에서 주민 참관 하에 공개적으로 사드의 사격통제 레이더 전자파·소음을 측정할 계획이었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성을 직접 검증해보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반대 단체 및 주민들은 참관 거부뿐 아니라 전자파 측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국방부가 이미 실시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 전자파 유해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방부와 환경부의 현장검증 결과 전자파가 검출되지 않는다면 사드 배치 반대논리가 명분을 잃게 된다. 성주 주민 김모(40)씨는 “반대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정부의 현장조사까지 막는다면 대화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기지가 봉쇄된 상황을 무한정 인정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 국방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검증 작업을 거친 뒤 경북 왜관에 보관 중인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성주기지 진입을 차단하고 있는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추가 배치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드 추가 배치가 노무현정부 시절 환경 훼손을 이유로 3년 이상 지연됐던 ‘제2의 천성산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군 요격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드는 그마나 요격이 가능한 체계다. 이미 배치된 사드 2기 운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한·미 관계는 물론 북한 핵·미사일 공동 대응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성주=최일영 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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