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의균] 작은 국립대학 더 지원해야 기사의 사진
얼마 전 한 사립대 총장을 만났을 때 국가가 인건비,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국립대학을 한없이 부러워했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사립대학의 교수 인건비 수준이나 교육·연구 및 시설 여건은 국립대를 앞서고 있다.

국립대학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 대학이다. 그러나 그 책임의 정도는 많이 부족하다. 대학회계의 70% 정도는 인건비, 시설관리비 등 경직성 경비로 나가고 나머지 예산으로 실험실습비와 같은 교육·연구 활동에 사용지만 정규 교육과정을 간신히 운영하는 수준이다.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이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하다.

국립대학에는 학생 등록금으로 인건비를 부담하는 직원이 많다. 국가가 공무원을 충분히 배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학이 자체적으로 대학회계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인건비를 학생들이 내고 있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사정관이 필요하지만 공무원 배정이 없어 등록금으로 채용하는 식이다. 전국 국립대학에 이런 직원이 2000명 정도 된다. 교육에 투자하는 예산이 저절로 줄게 돼 있는 것이다.

우리 대학에 지은 지 28년 된 낡은 기숙사가 있다. 방 공간이 좁아 침대 두 개를 놓을 수 없어 이층침대를 놓고 있고, 방 안에는 각종 배관이 노출되어 있다. ‘이게 국립대학이냐’라는 학부모들의 탄식이 절로 나올 수준이다. 그럼에도 개축은 꿈도 못 꾼다.

건물 신축과 리모델링 등은 오로지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시설비 지원에 학교의 대응투자를 요구한다. 대응투자는 학생 등록금으로 시설비를 쓰라는 것이 된다. 우리 대학에 진행 중인 도서관 리모델링에 약 9억원의 대응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9억원은 200여명을 어학연수보낼 수 있는 돈이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대학에 전가하면서 대학의 교육력을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대학 간 빈익빈 부익부도 큰 문제다. 규모가 큰 이른바 거점 국립대학은 학생 수가 많으니 등록금 수입도 많고 운영비, 시설비 등 정부 지원금도 그에 비례해 많다. 그러나 작은 대학은 자체 수입이 적을 뿐 아니라 정부 지원금도 그에 비례해 적어지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에서 크게 불리하다. 형식적 형평이 결과적으로 격차를 낳고 있는 것이다. 같은 국립대학인데 학생 1인당 공무원 수와 교원 확보율에서 차이가 나고 시설 여건에서도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실정을 간과하고 거점 국립대학에 대한 집중적인 육성 방안이 강조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 국가는 모든 국립대학에 균등한 교육 여건을 갖추도록 해 학생들에게 차별 없는 공정한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거점 국립대학을 각 지역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육성하는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거점 국립대학과 지역중심 국립대학 그리고 강소 사립대학이 서로의 특장점을 살려 협력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는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인력 양성은 지역중심대학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역 산업에 필요한 연구와 인력 양성을 촉진토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에는 지자체, 연구소, 산업체 등도 함께해야 할 것이다.

나의균 군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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