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나눔의 식탁 영성을 살찌우다

페북에 질문했습니다… 교회서 함께 밥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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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예심교회 한 성도가 13일 주일예배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기에 앞서 손을 모으고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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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예배 후 성도들이 음식을 함께 나누는 ‘애찬’은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명과 베풂, 섬김과 감사를 나누는 것이다.

애찬은 성찬과 함께 초대교회부터 전해져온 거룩한 모임이다. 초대교회는 예수의 십자가를 기억하고 함께 성도 간 사랑의 교제를 나누는 ‘성만찬’을 ‘성찬’과 ‘애찬’으로 분리했다. 즉 예배의식인 ‘성찬’은 떡과 포도주를 나누며 우리 죄를 위해 죽임 당하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것이다.

예배 후 교제 모임인 ‘애찬’은 십자가에 감격한 성도들이 음식을 나누며 거룩한 교제를 하는 것이다. 크리스천들은 교회의 ‘밥상공동체’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 있을까.

지난 4∼9일 페이스북 미션라이프 페이지를 통해 크리스천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의 ‘교회 밥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교회 규모와 상관없이 대부분 “매주일 성도 간 교제를 위해 밥을 먹는다”고 했다. 또 봉사자들의 따뜻한 말, 부드러운 태도, 지지와 격려를 통해 섬김을 배우고 새 신자 양육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교회 밥은 ‘코이노니아’

중형교회에 출석하는 김은정씨는 “예배 후 교회에서 밥을 먹는 게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그 시간에 가족 셀 친구 공동체와 교류하고 새 가족과 친해질 수 있다”고 했다. 대형교회 성도라고 밝힌 박경민씨는 “교회 지체들과 받은 은혜를 나누며 즐겁게 육의 양식을 나누는 것은 은혜”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을 농촌교회 성도라 소개한 최숙씨는 “교회는 신앙공동체이며 한 식구다. 매주일 공동식사는 한 가족임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집집마다 텃밭이 있어 각 계절에 따른 음식을 나눈다. 절기 땐 쌀가루로 케이크를 만들어 나누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얼마 전 장마로 공동식사를 못할 상황이었는데 집사님 한 분이 옥수수를 삶아 오셔서 함께 나눈 기억이 난다”고 썼다.

개척교회 성도라고 밝힌 홍복영씨는 주일 식사를 예배의 일부로 여겼다. 그는 “우리 교회는 1시간 동안 온 가족이 함께 예배드리고 소그룹 말씀나눔 시간을 가진 뒤 한자리에 모여 점심을 먹는다”며 “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요, 한 가족인 것을 기억하고, 식사하는 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적었다. 교회 밥은 성도 간의 교제, 즉 코이노니아(koinonia)라는 말이었다.

교회 밥은 ‘사랑’

밥은 관계를 만들어준다. 우리네의 인사인 “밥 먹었어요?” “밥 먹고 가요”란 말은 단순히 끼니를 챙기는 게 아니라 안부를 묻는 것이다. 교회 밥은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페친들은 사랑으로 만들어지는 교회 밥을 ‘최고의 밥상’ ‘감사의 밥’ ‘오병이어의 기적’이라 표현했다. 그만큼 신앙 안에서 밥을 나누며 교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와 함께 교회 밥은 ‘전도’의 도구로도 활용됐다. 중형교회 소속인 박주연씨는 “신앙이 없던 남편이 저를 교회에 데려다주다 ‘오늘도 와줘 고마워요 밥 먹고 가요’ ‘오늘 밥 맛있어요 먹고 가요’라는 성도들의 인사에 결국 2년여 만에 교회에 나오게 됐다”고 간증했다. 교회에서 새 신자 양육을 담당하는 조지연씨 역시 “교회 밥은 성도 간 교제에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교회 비전이 마음에 들고 목회자의 설교가 아무리 좋아도 교회에 가서 차 한잔을 나눌 사람이 없으면 교회 나가는 것이 싫어지는 게 대부분의 인간심리이다.

페친들은 ‘공짜 식사’를 하기도 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지불하고 주일 예배 후 교회 밥을 먹고 있었다. 밥값은 1000∼3000원 선. 메뉴는 다양했다. 어촌 교회는 메기매운탕, 낙지탕탕이가 올라오기도 한다. 농촌교회는 텃밭 채소들로 만든 야채비빔밥, 국수, 얼음냉채, 가지무침 등이 올라왔다. 보통 교회 식당은 국과 밥 3∼4가지 반찬을 제공한다. 주로 된장국이나 미역국을 즐겨 먹는다. 교회 행사가 있을 때나 성도들의 생일, 결혼 등 축하할 일이 있을 땐 ‘특식’이 제공됐다.

그러나 교회식당 운영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중형교회에 다니는 김은조씨는 “봉사할 사람은 줄어들고 식사하는 사람은 늘어나는 게 현실이다. 특히 중년 여성 성도들의 봉사로만 이뤄지는 방식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교회의 궂은 봉사에 몸과 영성이 지쳐버리는 ‘마르다 콤플렉스’에 빠질 수도 있다. 한 페친은 여성 성도들이 주일마저 식사준비에 시달리지 않도록 교회에서 반찬과 국을 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밥상을 간소화하거나 간단한 다과로 식탁을 차리는 게 오히려 교제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교역자, 장로 등으로 식당봉사 참여인원을 늘리자는 의견도 있었다.

교회의 사회봉사를 의미하는 ‘디아코니아’는 헬라어로 ‘식탁에서 시중드는 일’을 뜻한다. 대부분 교회에서 식당 봉사는 여성 성도의 고유 권한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남성 성도, 남성 사역자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봉사하는 곳도 많다. 페친들은 “남자 장로님이나 남자 집사님들이 앞치마를 하고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고 섬김을 배운다”라고 했다.

호모지니어스 유닛

‘호모지니어스 유닛(homogeneous unit)’이란 같은 비전을 가진 부류가 한 단위가 되면 교회가 활력이 생긴다는 의미의 선교용어이다. 관심사와 비전, 소명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인 조직은 성장한다는 뜻이다.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심교회(김예식 목사)는 밥상공동체를 통해 선교비전을 나눈다. 주일예배 후 점심 식사는 24개의 목장(구역)이 돌아가면서 봉사해 준비한다. 각 목장은 지역별로 나뉜 게 아니라 동일한 선교비전을 가진 성도들로 구성됐다. 성도들은 애찬을 선교 비전을 나누는 ‘밥상공동체’로 인식한다. 김동혁 안수집사는 “남성 성도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하고 서빙을 한다. 애찬을 통해 성도들이 더 가까워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항상 기쁜 마음으로 식당 봉사를 한다”라고 말했다. 김예식 담임목사는 “‘가정 같은 교회, 교회 같은 가정’이란 목회철학을 갖고 가정목회를 하고 있다. 부부가 같은 목장에서 예배를 드리고 함께 봉사한다. 이를 통해 흔들리던 가정들이 회복된 사례도 있다”라고 했다.

예수님은 한 번 먹으면 영원히 배고프지 않은 ‘생명의 밥’으로 이 땅에 오셨다. 우리의 밥이 돼 우리를 살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우리도 밥을 먹고 이웃을 살리는 삶을 다짐하는 데 애찬의 의미가 있다고 목회자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글·사진=이지현 선임기자·노희경 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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