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김재천] 김정은 레짐 체인지 가능할까 기사의 사진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북한의 핵능력과 정권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보개혁안까지 상의할 정도로 복심이라고 알려진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의 최근 발언이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추진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고 얼버무렸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며칠 후 사설에서 폼페오의 발언을 지지하며 김정은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대북정책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미국 조야에서는 새로운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제재와 대화로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연일 제기되고 있고, 국무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정권교체를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듯한 정황도 감지되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 수단으로서의 정권교체는 1893년 해리슨 행정부가 당시 독립국가였던 하와이를 침공해 왕정을 전복시키고 친미 정권으로 교체한 이후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김정은 정권교체 정책은 실현 가능할까? 시도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될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해외 정권교체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정권교체 사례는 군사적 ‘침공 유형’과 CIA ‘비밀공작(Covert Action)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미국은 정권교체에 대한 국내외의 지지와 정당성이 확보되었다고 판단했을 경우 침공이나 공공연한 군사 개입으로 정권교체를 도모해 왔다. 미국 본토에 가해진 9·11테러 이후 충분한 명분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부시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해 탈레반과 후세인 정권을 교체했다. 하지만 정권교체에 대한 국내외 지지 확보가 여의치 않고 군사 개입의 인적·물적 비용이 과다하다고 판단됐을 경우 CIA의 비밀공작 역량을 동원해 암암리에 정권교체를 추진했다. 1970년대 초 닉슨 행정부가 감행한 칠레 정권교체 정책이 이러한 비밀공작의 대표 사례다. 비록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었지만 민주적 선거로 출범한 아옌데 정권을 교체하는 정책은 정당성이 결여돼 있었고, 베트남전에 대거 투여된 군사력을 칠레에 전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CIA가 나서서 비밀리에 반(反)아옌데 정치세력을 지원하는 정치공작과 선전전을 전개했고, 파업을 유도해 경제 사정을 악화시켰으며, 군부를 독려해 아옌데 정권을 전복시켰다.

만약 북한을 상대로 정권교체 정책이 추진된다면 침공형보다는 비밀공작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군사력 사용의 명분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다.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의 심장부까지 겨눌 수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전 배치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다. 1994년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은 의회에서 한반도 전쟁 초기에만 한국군 49만명, 민간인 100만명, 그리고 미군 역시 5만2000명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전쟁수행 비용은 1000억 달러, 복구 비용은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증언했다. 1차 북핵 위기가 불거졌던 20여년 전의 추산이다. 북한처럼 군사적·외교적 해결이 모두 난망할 경우 미국은 종종 비밀공작을 사용하곤 했다. 실제로 CIA는 지난 5월 북한 정보 전담 부서인 한국임무센터(Korea Mission Center)를 발족시키는 등 대북 정보 활동과 비밀공작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교체 비밀공작은 성공할 수 있을까? CIA 비밀공작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사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교체하려는 정권의 대안세력이 어느 정도 세를 형성해 있었고, CIA는 민중봉기나 엘리트들의 모반을 도모해 대안세력을 옹립하는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었다. 북한에는 CIA가 암암리에 규합, 조직, 지원할 수 있는 반김정은 대안세력이 아직 부재하다. 북한 정권교체 정책은 2004년쯤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에 의해서도 심각하게 고려된 적이 있다. 하지만 대체세력 부재 등의 제약 요인으로 인해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김재천(서강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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