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우성규] 땡전 한 푼 기사의 사진
땡전 한 푼 없으면, 정말 돈이 없는 것이다. 땡전은 아주 적은 돈을 말한다. 조선시대 당백전(當百錢)에서 유래했다. 흥선대원군은 경복궁 중건을 위해 1866년 당백전을 새로 발행했는데, 찍어도 너무 많이 찍어 돈의 가치가 추락하고 물가는 올라갔다. 고통 받던 민초들은 있으나 마나한 돈을 ‘당백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어 ‘당전’으로 압축한 뒤, 세게 발음해 ‘땅전’으로 부르다 이게 ‘땡전’이 됐다.

한국은행은 ‘땡전 한 푼 없다’는 말을 사랑한다. 화폐박물관에 말의 유래를 직접 새겨 놓았을 정도다. 권력자의 자의적 발권력 동원의 폐해를 이보다 제대로 보여줄 순 없다. 지금은 수인번호 503호를 가슴에 단 전임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 무렵 한국판 양적완화를 주창하며 돈을 더 찍어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게 어렵다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돕는 자본확충펀드를 만들 테니, 한은이 돈을 대라고 압박했다. 대우조선 한진해운 등의 구조조정을 위해 물가상승 피해를 감수하고 돈을 더 찍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간언했지만, 진통 끝에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는 만들어졌다. 그리고 1년 넘게 한 푼도 쓰이지 않고 있다.

땡전 한 푼 없어 안타까운 분은 또 있다. 전 재산 29만원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수사 당국이 회고록 인세 수입을 국고로 환수해 벌금을 벌충하려 했는데, 이마저도 법원 가처분 결정으로 어렵게 됐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민간인을 향해 총을 쏜 게 자위적 수단이었다는 취지의 문장 때문에 배포가 금지됐다. 벌금 2205억원 중 1151억원밖에 안 냈는데, 살아생전 이 돈 다 갚을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

영화 ‘택시운전사’가 720만 관객몰이를 하니 이게 또 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한 측근은 방송에 나와 “조준 사격은 날조”라고 말했다. 조준 사격이 감행됐다는 증언들은 뒤로 하고라도, “국가가 이럴 수 있느냐, 우리한테 왜 이러냐”는 절규는 계속 듣지 못하는 것 같다.

영화는 택시운전사뿐만 아니라 기자도 주인공이다. 광주에 있던 기자들이 못한 일, 독일 공영방송 기자는 일본에서 입국해 광주로 목숨 걸고 들어가 참상을 보도한다. 뉴스만 틀면 민머리 대통령이 나오던 ‘땡전 뉴스의 시대’, 내가 한 일은 아니지만 선배 언론인들의 과거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땡전 뉴스의 주인공은 계속 패기만만이다. 돈이 없으면 수치심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글=우성규 차장,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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