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123) 강남세브란스병원 치매클리닉] 독자 개발한 영상검사법으로 치매 추적관리 기사의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치매클리닉 의료진이 인지기능장애로 치매가 의심되는 한 환자의 뇌 영상 사진을 보면서 타우 단백질이 얼마나 축적돼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핵의학과 이재훈, 신경과 조한나, 핵의학과 유영훈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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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야기만 해 마치 ‘과거 속에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요즘 일어나는 사건을 주제로 한 대화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고립돼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은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초기에는 물건을 잘 보관해두고도 찾지 못하거나 가스레인지에 음식을 올려놓고 잊어버려 태우거나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곤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늘 사용하던 가전제품을 못 다루게 되고, 음식을 제대로 만들지도 못하게 된다. 급기야 가족의 이름, 자신의 생년월일, 주소, 이름까지 잊어버린다.

치매 환자들 얘기다. 치매는 기억력 사고력 지남력 이해력 계산능력 학습능력 언어·판단력 등 뇌 인지기능이 약해지는 병이다. 치매를 부르는 원인은 무려 70가지가 넘는다.

치매는 크게 3종류로 나뉜다. 알츠하이머병 등 뇌 신경계의 퇴행성 변화로 생기는 치매가 약 60%를 차지해 가장 많다. 이어 뇌졸중 등의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혈관성 치매가 약 30%, 중독이나 감염 등에 의한 뇌손상으로 나타나는 치매가 약 10%를 차지한다.

치매 환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이는 인구 고령화 현상과 관련이 있다. 환자 수가 2020년 73만명, 2050년에는 무려 109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될 정도. 65세 이상 고령자의 약 10%가 치매 환자로 분류된다.

의료계가 최근 치매 예방, 조기 진단 및 치료를 목적으로 기억력장애클리닉 또는 치매클리닉을 경쟁적으로 개설해 운영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문재인정부도 치매 극복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각오다.

완치할 방법이 부족한 만큼 치매 극복을 위해선 이상 징후의 조기발견과 정확한 진단 및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를 일찍 시작할수록 진행이 더뎌지고 그만큼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신과·핵의학과 등과 협진 활발

국내 의료기관에서 치매 환자를 봐주는 진료과는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두 곳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도 마찬가지다. 필요에 따라 협력하는 형식으로 각각 치매클리닉을 운영한다. 워낙 원인 및 공존 질환이 다양하고 진행 중에도 여러 증상이 발생해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치료 중 가족 보호자의 심리·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사회적 지지 서비스도 필요하다.

신경과는 뇌신경계 및 혈관계의 구조 및 기능적 이상, 정신건강의학과는 말 그대로 대인관계 및 우울 불안 등 정서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각각 접근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어느 쪽이든 진단 및 치료 시 사용하는 도구와 방법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최종적으로 치매 극복이란 목표는 같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류철형 교수는 14일 “기본적으로 뇌혈관계나 뇌신경계에 문제가 있을 경우엔 신경과 쪽 진료가 권장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급격히 증세가 악화되는 뇌경색, 뇌출혈 이후의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에 의한 치매 등은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몇 개월 사이에 치매 증상이 갑자기 심해져 뇌염 크로이츠펠트야곱병(CJD) 뇌수두증 종양 등에 의한 치매가 의심될 때도 마찬가지다. 뇌의 기질적 이상으로 치매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가성 치매 등 우울증이 원인인 치매, 반대로 치매에 의한 우울증, 망상 의심 환각 불안 공격성수면장애 등과 같은 정신행동이상(BPSD) 증상이 두드러질 때는 정신과 쪽 진료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치매 환자들은 진단 및 치료 초기,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에 매우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뜻하지 않게 치매 환자를 돌보게 된 가족 역시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일쑤다. 고령의 남편 또는 아내가 배우자 치매 환자를 돌봐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때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하다.

타우 PET 검사, 치매 관리에 유용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요즘 대뇌피질에 쌓인 타우 단백 축적 정도를 파악하는 양전자방출촬영(PET) 타우검사 프로그램을 치매 진단 및 치료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신경과 조한나 류철형 교수팀이 치매 환자 관리를 위해 핵의학과 유영훈 이재훈 최재용 교수팀과 손잡고 독자적으로 개발한 영상검사법이다. 독성을 가진 타우 단백이 뇌에 축적되는 과정을 PET검사로 집중 분석해 치매 진행 단계를 정확히 진단하고 경과까지 추적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타우 단백은 베타아밀로이드와 더불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대표적 독성물질이다. 연구 결과 타우 단백이 대뇌피질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면 그 독성에 의해 신경세포가 죽고 인지기능장애가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 교수 연구팀은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년 4개월간 인지기능장애를 호소하는 성인남녀 128명을 대상으로 타우 단백 특이 PET검사를 실시해 타우 단백 축적 정도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타우 단백의 축적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선 내측측두엽에서 시작해 외측측두엽 마루엽 전두엽 순서로 이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대상 환자들의 시각 및 언어 장애, 기억력 저하 현상은 타우 단백이 축적되는 위치 및 단계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현상은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환자들만 따로 검사했을 때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타우 단백이 치매 전 단계부터 대뇌 피질에 쌓이며 치매 발병을 부추긴다는 뜻이다.

조사결과 타우 단백이 내측전두엽에만 머물러 있을 때는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 인지기능장애가 많았다. 그러나 타우 단백 축적이 외측측두엽을 거쳐 점차 마루엽과 전두엽 부위로 확산되면서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 장애에서 치매로의 전환이 많아졌고 중상도 심해졌다.

조 교수는 “PET검사로 타우 단백 축적 수준을 살펴보면 경도 인지장애부터 치매의 조기진단뿐 아니라 치매 진행 단계를 객관적·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타우 PET검사 프로그램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치매 극복을 앞당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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