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임명된 지 나흘 만인 지난 11일 저녁 자진 사퇴했다. 새 정부 들어 차관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로서는 네 번째 낙마다. 박 본부장의 퇴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그는 ‘황우석 사태’에 깊이 연루된 인물이란 점에서 임명 직후부터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았다. 애당초 부적합한 대상자를 청와대가 지명한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코드인사’ ‘불통인사’란 비난이 뒤따랐다. 야권은 물론 여당도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고 서울대 교수 등 대학과 과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부정선수가 심판을 맡았다’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비판의 강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했다. 여론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청와대는 비로소 손을 들었다.

청와대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박 본부장에 대한 인사 파문이 앞서 스스로 물러난 다른 고위 공직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됐음에도 감쌌다. 청와대는 그에게 공과가 있다며 두둔했다. 잘못된 인사의 후과는 적지 않다. 청와대 인사정책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의심받았다. 인사수석과 민정수석이 주도하는 인사 추천 과정과 검증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는지 의문이다. 만약 청와대가 세평의 질타를 예상하고도 박 본부장의 흠결 정도면 발탁해도 된다고 여겼다면 더 큰 문제다. 청와대의 공적 인사업무가 문 대통령 의중이나 선호에 너무 쉽게 좌우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제2, 제3의 박기영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인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재발 방지책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 국민의 뜻을 무시한 인사는 결국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다는 것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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