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조영태] 인구정책 제로 국가, 대한민국 기사의 사진
최근 서울시 초등학교 교사 수급 관련 기사들이 언론을 달구고 있다. 초등생 수가 줄어들 것은 이미 2002년생이 태어나면서부터 예견됐다. 1990년대만 해도 한 해에 거의 70만명씩 태어났는데 갑자기 이때부터 50만명도 안 되게 줄었다. 교사 수가 과잉이 될 것은 이미 정해진 미래였다.

그동안 사회는 정해진 미래가 ‘설마 일어날까’ 하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번 사태로 나타났다. 안타까운 일은 무대응의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기회를 잃는 피해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 있다. 정해진 미래는 초등학교 교육현장에서만이 아니라 앞으로 사회의 많은 부문에서 계속 나타날 것인데 여전히 ‘설마’하는 마음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인구학을 전공한다. 인구학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이동하고 사망하는 현상 전반을 연구한다. 현재 인구에 어떠한 변동이 있는지 항상 보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인구현상이 멀지 않은 미래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2014년 필자는 2002년부터 시작된 매우 심각한 저출산 현상이 2030년까지의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개연성 높은 정해진 미래를 연구해 보건복지부에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마침 첫째 딸이 2002년생이어서 내 딸이 살아갈 미래의 모습이 매우 궁금했다. 연구를 마치고 나니 초·중·고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내 딸이 커가면서 경험하는 거의 대부분 사회가 심각한 다운사이징의 필요성으로 큰 혼란이 올 것이 명확했다.

그 첫 번째가 초등학교 교사 수급이었다. 학생 수가 준다고 교사를 뽑지 않을 수가 없다. 초등교사는 전국의 교대를 통해 배출되는데 교대 정원을 줄이지 않는 한 교사는 계속 배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번 사태가 일어난 배경이다. 다음은 중·고교 교원 문제다. 이는 더욱 심각한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중·고교 교사를 쏟아내는 전국의 사범대학 정원은 더더욱 많다. 그 다음은 대학이다.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은 운영 예산의 65% 이상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학생이 줄면 당연히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사립대학이 흔들리면 국민연금을 대신하는 사학연금이 어려워진다.

이처럼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도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줄줄이 발생하게 된다. 엄청난 공적 자원 투자를 요구하고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 분명했다.

어처구니없게 미래를 예견한 필자의 보고서는 보건복지부 주무과에 제출된 이후 그대로 사장됐다. 인구정책의 주무부처인 복지부 내부에서는 보고서가 제시한 정해진 미래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다. 필자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그 보고서를 다시 꺼내 읽어보고 미래에 발생할 일들이 어떤 것이고 어떤 대응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저출산 현상의 해소를 위해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전 두 번의 정부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챙기겠다고 말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준비되고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어쩐 일인지 대통령이 직접 사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아직까지도 뚜렷한 인구정책의 방향과 내용이 발표된 바 없다. 어쩌면 이 정부도 ‘설마 그런 일까지 일어날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인구학을 전공하는 일개 교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가 인구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한다면, 아마도 필자는 정부의 관련 회의에 한 번이라도 참석 요청을 받았어야만 했다.

‘왜 정부가 나를 안 불러’ 하는 몽니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인구학자가 많지 않다. 거기에 인구변동을 바탕으로 정해진 미래의 모습을 연구하는 학자는 더더욱 적다. 정부의 관련 회의가 있다면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매우 적다는 뜻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내가 참석하고 안 하고가 아니다. 혹시 아예 관련 회의조차 정부에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새 정부가 인구변동에 더 관심을 갖고 미래를 기획해 주기를 희망해 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의 인구 관련 움직임을 보면 그 희망은 신기루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인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구가 만들어 놓은 우리의 정해진 미래는 매우 부정적이다. 정부가 정해진 미래를 간과한다면 국민들은 지금의 교대생들과 같이 각자도생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청와대는 ‘설마’가 국가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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