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피해자들을 신천지로 몰다니… 죄질이 불량합니다”

거액 금융 사기 ‘박영균 재판’ 판사의 일갈

“피해자들을 신천지로 모는 것이 목사로서 할 수 있는 일입니까. 죄질이 불량합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9단독 선고 공판에서 서삼희 판사는 200억원대 사기를 친 혐의로 구속된 복음과경제연구소 박영균 목사 등에게 이같이 일갈했습니다. 서 판사는 박 목사 등이 투자를 유치할 때는 좋은 말만 하다 자신들이 궁지에 몰리니 피해자를 이단으로 규정한 행동을 문제 삼았습니다. 재판부는 박 목사와 범행에 가담했던 김모씨에게 6년과 3년의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반성하지 않는 피고인들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서 판사는 “신앙을 빙자해 피해자들을 현혹했고 수사가 개시되자 피해자들에게 선교헌금을 낸 것이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게 하고 허위진술을 위한 지침까지 만들어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수사를 종교탄압이라고 비난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목사 등은 ‘투자자 물색→높은 수익 약속→대출 유도’ 등 3단계로 사기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 양모씨는 2015년 1월 중순경 ‘잘 살고 싶다면 나에게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여력이 없다고 망설이자 함께 구속된 김모씨가 벤처기업에 투자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안심시킨 뒤 대출까지 알선해 줬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대출받은 4000만원을 모두 날리고 말았죠.

문제는 교회 주변에서 이런 금융사기가 끊이질 않는다는 점입니다. 7월초 대구의 ‘어머니교회’로 불리는 한 교회에서도 유사범죄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이미 구속된 이 교회 안수집사가 자신의 평판을 이용해 교인들의 투자금을 가로챈 일로 많게는 10억원이 넘게 투자한 교인도 있었습니다.

‘돌려막기식 투자사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돈을 가로챈 사람이나 거액을 투자한 사람 모두 ‘욕심’이 이성을 마비시켰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박 목사 사건의 피해자들 중엔 은퇴자금과 자녀들의 돈까지 수억원을 투자한 은퇴목사가 여럿 있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들 중 대다수가 자신이 일생 쌓아온 명성과 재산을 한순간에 날렸는데도 불구하고 박 목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법정에서 만난 한 은퇴목사는 기자에게 “박 목사는 죄가 없다. 출소해 투자를 재개하면 큰 수익을 남길 수 있고, 우리 은퇴목사들 투자금부터 돌려주기로 약속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안타깝게도 불구속기소된 피의자 18명 중 모 신학대 교수를 비롯해 대형교단 총회장을 지낸 지도급 인사와 강남지역 교회 원로 목사 등 8명의 목회자가 포함돼 있습니다. 인간 탐욕의 끝은 어디일까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2017년, 한국교회가 처한 현주소가 무척 초라합니다.

장창일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