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네 이웃을 억압하지 말며, 착취하지 말며…” 일터 내 갑질, 성경도 금했다

일하는 크리스천을 위한 모세오경·역사서/TOW프로젝트 지음/G&M글로벌문화재단 옮김/두란노

“너는 네 이웃을 억압하지 말며, 착취하지 말며…” 일터 내 갑질, 성경도 금했다 기사의 사진
하나님은 우리를 일하는 존재로 창조하셨다. 우리가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뿐 아니라 일터에서 보내는 나머지 시간도 그분의 섭리 안에서 살기를 바라신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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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요즘 ‘갑질’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성공한 청년 창업자,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에 군 장성까지, 이들의 갑질은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특히 독실한 기독교인이 일터에서 상식 이하의 행태를 보일 때, 일상과 신앙의 괴리라는 문제가 또다시 떠오른다. 과연 성경은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 오늘날 일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즉답을 주진 못해도 성경에 비춰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일러주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TOW 프로젝트’의 ‘일의 신학’ 성경주석 시리즈 4권 중 첫 번째 권이다. TOW 프로젝트는 신학자, 목회자, 기업인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성경적인 시각으로 일을 바라보고 연구해온 비영리단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해돈 로빈슨 고든콘웰신학교 석좌교수가 대표회장을 지냈다. 이 시리즈는 16개국에서 집필자 140여명이 참여해 5년 이상 함께 연구해온 결과물이다.

첫 권에서는 창세기부터 출애굽기, 레위기를 거쳐 느헤미야와 에스더까지 성경의 각 권마다 특징을 잡아 일에 대한 성경의 관점을 풀어낸다. 먼저 창세기는 성경적 관점에서 일에 대한 모든 논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의 신학(Theology of Work)’의 기초가 된다. ‘창조명령’으로 불리는 창세기 1장 28절과 2장 15절이 대표 구절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셔서 지배권을 행사하고, 열매 맺고 번성하며,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받아들이고, 관계 속에서 일하며 창조의 정한 한계를 따르게 하신다”(54쪽)고 설명한다.

일터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에 대한 답은 레위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너는 네 이웃을 억압하지 말며 착취하지 말며 품꾼의 삯을 아침까지 밤새도록 네게 두지 말며’(레 19:13)라는 말씀에서 ‘피고용인을 공평하게 대하기’라는 명제를 이끌어낸다. 먼저 고용주가 노동 조건을 정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관행, 불법인 줄 알면서도 불법 노동자를 고용하는 문제 등을 적시한다. 이어 “크리스천이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처리하든 간에 레위기는 우리에게 거룩함(실용적 편의가 아님)이 우리 생각의 중심을 차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노동문제와 관련된 거룩함은 가장 취약한 일꾼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관심에서 생겨난다.”(212∼213쪽) 이렇듯 우리의 구체적인 현실 위에 성경의 렌즈를 비춰서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거룩에 대한 신학적 관점을 공동체에 적용하는 본문’이라는 레위기의 결론이 인상적이다.

“레위기에서 도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결론은,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르심을 받은 것은 일터에서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나타내기 위함이라는 사실이다. … 성경 구절을 차에 달고 다닌다거나 기도문을 줄줄 왼다든가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다닌다든가 또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군다고 해서 우리가 하나님의 거룩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직장 동료, 고객, 학생, 투자자, 경쟁자, 적수 및 우리가 만나는 모두를 우리 자신처럼 사랑할 때 하나님의 거룩을 나타내는 것이다.”(229쪽)

주석서이지만 주제별로 성경 각 권을 나누고 각 장마다 서론과 결론을 달았다. 이를 먼저 읽고 주제별로 맘에 드는 장을 잡아 읽어 나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모세 5경뿐 아니라 역사서의 주제들도 흥미롭다. 룻기를 통해 작고 평범한 일도 충분히 가치 있음을 일깨워준다. 사무엘과 열왕기, 역대기를 통해서는 지도자의 일에 대한 성경의 시각을 접할 수 있다.

이번 책을 시작으로 8월 시가서·예언서, 9월 사복음서·사도행전, 10월 서신서·요한계시록 발간이 예정돼 있다. 어느 권을 먼저 읽든지 성경이 우리의 일에 대해 이렇게나 폭 넓고 세밀하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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