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계란 수난시대 기사의 사진
계란은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식품이다. 8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들어 있고 알부민 등 다른 영양소도 풍부하다. 동의보감을 보면 계란은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눈의 피로와 통증을 풀어주는 데 좋다고 했다. 우리 역사에서도 계란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다. 경북 경주 천마총에선 계란이 30개 들어 있는 토기가 출토되기도 했고 조선시대에는 계란을 이용한 요리법이 여러 문헌에 나와 있다. 난생설화도 빼놓을 수 없다. 계란은 중·장년층에겐 추억의 음식이다. 어린 시절 형제들과 다퉈가며 먹었던 음식이고 어머니의 정성이 듬뿍 담긴 도시락 반찬이기도 했다. 기차여행을 갈 때는 삶은 계란은 필수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인은 1년에 1인당 268개의 계란을 소비한다. 이를 무게로 따지면 13.4㎏이나 된다. 하루에 0.73개의 계란을 먹는 셈이다. 소비량이 많은 것은 계란이 들어가는 음식이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기 때문이다. 볶음밥, 명절에 부치는 전(煎) 등에는 계란이 필요하다. 빵과 과자에도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 재료가 바로 계란인 것이다. ‘서민의 벗’이라고나 할까.

한국인 식탁의 단골손님 계란이 최근 수난을 겪고 있다. 시련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전국을 휩쓴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로 국내에서 사육 중인 산란계 5마리 중 1마리꼴로 도살처분되면서 수백만개의 계란도 덩달아 폐기처분됐다. 품귀현상으로 30개들이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원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급기야 캐나다, 태국 등에서 항공기 수입까지 해야 했다. 그렇게 AI의 고비를 간신히 넘기는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이번에는 살충제 파동으로 계란 판매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계란이 순식간에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방역 당국의 무능함에 ‘서민의 벗’을 잃을까 걱정이다.

글=김준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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