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인식의 틀 기사의 사진
심성이 착한 사람이 영리하면 ‘지혜롭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기적이거나 또는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영리하면 ‘교활하다’고 표현한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 사람을 판단할 때 그것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같은 방향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맥락효과’라 부른다. 처음 정보가 나중 정보의 처리 방향을 결정해 전반적으로 사물을 보는 시각을 비슷하게 연결해준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를 인식의 틀이라 할 수 있다. 맥락효과는 인식 틀의 한 가지 방법이다. 사람마다 관점과 기준 체계는 다르기 때문에 인식의 틀도 다르게 작동한다.

인식의 틀은 곧잘 편향성을 띠기도 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는 거다. 좋게 말하면 주관이겠지만, 편을 가르는 가장 원초적인 잣대로 사용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내로남불’이 그렇고, 진보니 보수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게 그렇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니 이를 해석하고 분석하고 예측하는 게 판이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그러려니 하지만 여야 정당의 시각은 하늘만큼 땅만큼 갈린다. 여당 원내대표는 “나라다운 나라의 모습이 됐다” “소통과 탈권위로 통합의 가교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야당 원내대표들은 “100일 동안 새 적폐가 쌓였다” “어떤 인사·정책에도 소통과 협치가 없었다”고 비난한다. 북한 문제에 들어가면 진보와 보수 진영의 각자 인식의 틀이 완벽하게 편향적으로 작동된다. 전쟁설까지 나온 한반도 상황은 어느 누구도 정답을 내놓기 어렵다. 그런데 서로 안 되는 거 뻔히 알면서 못한다고 상대방에게 손가락질만 하고들 있다.

모든 사건과 상황은 단일 요소로만 구성돼 있는 게 아니라 복합적이고, 모든 것은 상대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을 우리는 다 안다. 알면서도 그런 걸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인식의 틀이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황당할까.

글=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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