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더위 모르고 지냈어” 피서지가 된 교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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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이 지난 9일 인천 계양구 해인교회 3층 무더위 쉼터에서 투호놀이를 하고 있다. 인천=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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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한풀 꺾였지만 올여름 평균 최고기온은 30도를 육박할 정도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7월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1994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9.1도였다. 폭염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특히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게 폭염은 치명적이다. 이런 어르신들에게 올여름 여러 교회가 평일에도 교회 문을 활짝 열고 무더위 쉼터를 마련해 섬겼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물론 각종 간식과 놀거리를 제공한다.

낮 최고기온이 32도를 웃돈 지난 9일 인천 해인교회(김영선 목사)의 무더위 쉼터를 찾았다. 교회 3층 132㎡(40여평) 공간에는 80∼90대 할머니 9명이 있었다. 2명은 긴 통에 화살을 던져 넣는 투호놀이를 했다. 몇몇은 등을 벽에 기대고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쉼터에는 에어컨 한 대가 26도에 맞춰져 있었다. 곳곳에서 선풍기 5대가 돌아갔다. 김영선 목사는 “에어컨은 한 대지만 아침부터 틀고 선풍기도 같이 돌리기 때문에 충분히 시원하다”고 말했다.

이번 여름을 어떻게 지내셨냐고 묻자 이정희(82) 할머니는 “우린 올여름을 교회에서 났다”며 “덕분에 더운 줄 모르고 잘 지냈다”고 답했다. 변선분(84) 할머니는 “너무 더웠는데 이곳을 알고부터 줄곧 여기에 와 있다”며 “아침 일찍 와서 저녁 늦게 잘 때나 간다”고 했다.

교회는 6년 전부터 7월 말∼8월 셋째 주까지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노인들을 폭염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였다. 교회는 ㈔인천내일을여는집을 설립해 결식아동과 결식노인에게 무료급식을 하고 노숙인 쉼터도 운영한다.

교회는 간식으로 과자와 빵, 음료수를 내놨다. 지난해부터 이곳을 이용한다는 최은정(80) 할머니는 “때 되면 밥 주지, 간식 주지, 하루 종일 시원하지, 여기가 천국”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여기 오시는 분들이 ‘우리가 너무 호강하는 것 같다’고 하신다”며 “그런 말 들을 때마다 민망하다”고 수줍어했다. 그는 “큰일 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에어컨 하나 틀어주는 것”이라며 “오히려 별로 준비한 게 없는데 맛있게 드시고 편하게 계시니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고령층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에 취약하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2∼2016년) 온열질환자는 총 5910명으로 이 가운데 50대 이상이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치명률도 높다. 5년간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람은 58명이며, 60대 이상이 35명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전국에 무더위 쉼터 4만2000여개를 마련했다. 이 중 종교시설은 48개뿐이지만 46곳을 교회가 제공한다. 사실 교회는 정부 정책과 상관없이 이웃을 섬기기 위해 무더위 쉼터를 운영한다. 해인교회도 그런 경우다.

지난 11일에는 서울역 인근 쪽방촌 주민을 대상으로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는 서울 모리아교회(윤요셉 목사)를 찾았다. 165㎡(50여평) 예배당은 노인 20여명으로 북적였다. 에어컨 3대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족욕을 하는 이도 있었고 안마기에 앉아 안마를 받는 이도 있었다. 한쪽에선 교회가 마련한 오리백숙을 먹었다. 인근이 동자동 쪽방촌이다. 2200세대가 있고 이 중 800세대가 70세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창문도 없는 방에서 선풍기로 여름을 지낸다.

노희순(93) 할머니는 “요즘 더워서 살 수가 없었는데 이런 곳이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교회는 예배당을 쉼터로 개방하고 점심과 간식을 주고 기독교 영화도 보여준다. 윤 목사는 “선선해지면 우린 겨울 쉼터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인천·서울=글·사진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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