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 기사의 사진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는 국세청의 가장 중요한 행사다. 국세청장 및 차장을 비롯해 본청 과장급 이상, 지방청장은 물론 전국의 세무서장 등 200여명이 모인다.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모임에서는 그해 중점적으로 펼치는 국세행정 업무방향이 공표된다. 세정의 무게중심이 가늠돼 대기업이나 고액 자산가 등은 촉각을 세운다. 이 행사는 때로 대통령이 직접 챙길 정도로 비중이 컸다.

1965년 7월 28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 장소는 정부의 핵심 공간인 중앙청 회의실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음성 세원을 포착해 세수 증대를 꾀하고 범법자를 엄중 처벌해 탈세와 밀수행위를 뿌리 뽑아라”고 구체적인 업무지시까지 내렸다. 1965년 8월 9일자 제531호 대한뉴스의 28초짜리 짧은 영상에 담긴 내용이다. 한 푼의 세수가 절실했던 시절, 세무관서장 회의는 대통령까지 오게 만들었다. 밀수 방지에도 세정당국의 역랑을 도모했다니 격세지감이다. 2001년 1월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세무관서장 회의를 마친 참석자들을 전원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가 시작된 지 오래지 않은 그때, 대통령으로서는 세무당국의 분발이 필요했을 것이다.

세무관서장 회의에는 빠지지 않는 내용이 있다. ‘공정한 세무조사, 고의 탈세범 엄단, 납세자권익 보호’ 이 셋은 공통 레퍼토리다. 정권 교체 직후면 ‘국세행정 개혁’이 핵심 안건으로 추가된다. 국세청을 오래 담당했던 내가 이 회의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은 늘 ‘그 내용이 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열린 세무관서장 회의에서는 전혀 다른 대목이 단박 눈길을 끌었다. 새 정부가 출범했고, 새 국세청장 부임 후 첫 회의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파격적 사안이었다. ‘과거 정치적 논란이 된 세무조사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죽음의 단초가 됐던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떠올랐고, 최순실 관련 세무조사 압력 의혹이 연상됐다. 배경의 순수성이 다소 의심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국세청 스스로 치부를 밝히려는 자세는 지지한다. 다만 하려거든 제대로 하라. 완벽히 밝히고 철저히 자성해 정치세무조사의 종언을 확인케 해야겠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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