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유형진] 감동 구름 기사의 사진
얼마 전 쿠바를 여행하고 온 어느 소설가의 여행 산문집을 읽다가 아바나의 구름 사진을 보았다. 작가는 아바나 구름을 보기 전까지는 구름에 주목한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종이에 작게 인쇄된 사진으로만 봐선 작가가 본 구름의 감동이 전달되진 않았지만, 구름의 모양과 배경으로 봐 저런 크기의 구름을 실물로 보았다면 충분히 감동적이었으리라는 짐작은 되었다.

나는 유년을 시골에서 보내서인지 구름의 모양변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만큼 유흥이 없었고 심심한 유년이었다. 내가 처음 구름의 모양에 주목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니 가장 선명한 기억은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때. 두 살 아래의 동생과 둘만 장항선 열차를 타고 외갓집까지 가며 차창 밖으로 보던 구름이었다. 부모님은 늘 바빠 여름방학이면 우리는 청양의 외갓집으로 보내지곤 했다. 그해에는 엄마가 너무 바빠서 우리를 데려다줄 형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열두 살이면 매년 가는 외할머니 댁은 눈 감고도 찾아갈 나이. 엄마는 서울역에서 차표를 끊어 우리 자매만 열차에 실어 보냈다. 요즘은 어린 여자아이들을 대중교통만으로 시골 외갓집에 찾아가게 하는 것은 엄두도 못낼 일이다. 도대체 그 30여년 동안 세상은 얼마나 무섭게 변한 것일까.

그날 열차 창밖으로 보던, 여름에만 볼 수 있는 뭉게구름들은 지금도 변함없이 볼 수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도 여름기온이 거의 동남아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적도 부근에서나 볼 수 있는 근사한 구름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요즘 비가 그친 후 SNS의 타임라인을 보면 저마다 감동적으로 본, 마시멜로나 생크림 같은 구름 사진으로 도배가 된다. 세상은 점점 더 각박해져가고 흉악한 사회범죄 소식도 늘어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한여름의 흰 구름을 보며 감동을 느낀다. 내가 구름을 보며 감동하는 이유는 너무 커서 크기를 짐작할 수 없고,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고, 잠시만 한눈팔고 나면 전혀 새로운 모양으로 변하거나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런 존재는 아직까지 구름밖에 없다.

유형진(시인),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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