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유영만] 누구 장단에 춤을 추랴 기사의 사진
한국인의 대표적 먹거리인 계란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믿고 사먹었던 친환경 농장에서 나온 계란이 살충제 계란 농장 32곳 가운데 28개로 88%나 차지한다는 점이다. 친환경 농장이라고 인증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물론 살충제를 쓰지 않는 조건으로 정부로부터 연간 최고 3000만원의 직불금을 받은 친환경 농가에 대한 배신감과 도덕적 해이가 더 심각한 문제다. 정부 지원을 받아 친환경 마크를 붙여 일반 계란보다 최대 40% 비싸게 파는 상술은 이제 국민을 대상으로 살충제 계란을 파는 사기죄를 넘어 무서운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대증요법적 치료나 미봉책으로 위기를 넘기려는 안이한 발상은 금물이다. 근본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네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멈춤이다. 춤은 멈춤의 연속이다. 멈춤이 없이 추는 춤은 춤이 아니다. 끊임없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춤은 사실 멈춤의 연속이다. 멈춤은 다음 동작을 위한 짧지만 깊은 성찰의 시간이자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결정하는 결연한 순간이다. 멈춰 있지만 사실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유하는 시간이다.

검도의 ‘중단 겨눔’처럼 멈춰 있지만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치열한 전투의 시간이다. 중단 겨눔은 멈춰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 전투를 위한 치열한 멈춤이자 푹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이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불신의 장막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잠시 멈춰 근본적인 대안을 강구할 시점이다. 멈춤 없이 제시되는 그 어떤 정책도 대응요법이나 미봉책에 불과하다.

둘째 춤은 낮춤이다. 모든 춤은 자신을 낮추면서 세상을 끌어안고 우주에게 마음을 열고 자연과 대화하는 몸동작이다.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면 저절로 나도 높아진다. 자세를 낮추면 자신의 인격은 올라간다. 낮춤은 겸손함을 표현하는 자세이자 다름을 포용하겠다는 태도다. 낮춤 없이 추는 춤은 허공에 들떠 떠다니는 환상이나 망상의 춤이다. 이번 파동의 주범을 밝히고 책임을 따지기 전에 정부는 농축산물 정책에 대해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특히 살충제 계란을 시중에 유통시킨 농가는 자세를 더욱 낮추고 국민들의 매서운 질타를 받아들이고 뼈를 깎는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세 번째 춤은 갖춤이다. 모든 춤은 춤의 기술과 기교 이전에 갖춰야 될 게 있다. 춤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는 물론 춤을 추는 사람의 자질과 품격이다. 격이 있는 춤은 기법과 기교의 산물이 아니라 춤에 임하는 사람의 자세와 자질, 품성과 인격의 문제다. 춤은 나를 세상에 드러내는 매개체다. 내가 추는 춤이 바로 나다. 춤은 내가 살아온, 살아가는, 살아가고 싶은 삶을 표현하는 욕망의 분출구다. 양계농장이 갖추어야 할 이상적인 조건은 둘째 치고 적어도 건강한 달걀을 생산하고 유통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요건은 무엇인지 이번 일을 계기로 철저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네 번째 춤은 맞춤이다. 맞춤은 상대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들어보려는 경청의 자세이자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하모니를 이루어보려는 노력이다. 맞춤은 나를 먼저 드러내기보다 상대를 위해 내가 무엇을 도와주고 지원해줄 수 있을지 알아보려는 애쓰기다. 맞추지 않고 추는 춤은 자기 욕구만 일방적으로 발설한는 난장판의 춤이다. 양계농가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 계란을 생산해내기 위해서, 정부가 요구하는 정책에 맞추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주도면밀하게 따져봐야겠다. 정부는 양계농장에서 건강한 달걀이 생산되기 위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양계농가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할 때 비로소 안성맞춤 정책이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은 자연의 질서와 환경을 파괴하고 보다 빠른 시간에 보다 많은 계란을 생산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낳은 부산물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자연환경을 벗 삼아 흙에서 자라는 닭은 조류 인플루엔자나 다른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움직임조차 허용되지 않는 좁은 ‘닭 공장’에서 사육되는 닭은 운동 부족으로 면역력이 약하다. 사육된 닭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늘어난 닭 진드기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닭 농장에 대량 살포된 살충제를 먹고 자란 닭이 살충제 계란 사태를 일으킨 주범이 된 것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멈춰 서서 자세를 낮추고 건강한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을 보다 장기적이면서도 근본적으로 어떻게 맞춰 나갈 수 있을지를 정부와 농가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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