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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곽금주] 음악, 힐링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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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처서(處暑)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폭염의 여름이 이제 슬슬 자리를 비키고 있나 보다. 그나마 아침과 저녁으로 바람이 시원해졌다. 이렇게 여름이 끝나가면서 많은 지역에서 가을을 준비하는 것 같다. 인디음악, 대숲 콘서트, 영화를 원작으로 한 복합 공연물 등 가을에 어울리는 낭만 가득한 무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가을’ 하면 그리움, 고독, 쓸쓸함 등의 감정들이 연상된다. 가을에 느끼게 되는 이러한 감정을 우리는 여러 문화생활을 통해 달래곤 한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문화활동 중 하나인 음악 감상은 개인의 정서를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정서적 수단이기도 하다. 영국 가수 아델의 부드럽고 달콤한 ‘Someone Like You’라는 노래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로를 주고 애틋함, 그리고 눈물까지 나게 한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피아노 콘체르토 23악장을 듣게 되면 우리는 고독함과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음악은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감정을 가지게 한다. 더 나아가 음악은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음악이 인간에게 미치는 심리에 대한 400개 이상의 연구들을 분석해본 결과 음악이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며 면역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효율적인 정서 조절 방법으로 음악을 잘 사용한다면 우울증과 같은 정서 장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음악으로 정서를 조절하는 유형은 몇 가지로 나누어진다.

음악을 듣고 난 뒤 편안함과 위로를 느끼는 ‘위로형’의 경우는 외로움을 떨칠 수 있고 우울함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전환형’은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고자 음악을 듣게 되며, 음악을 들은 후엔 이전에 느꼈던 부정 정서를 잊어버리는 유형이다. 예를 들어 불안감이 사라질 때까지 행복한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경우가 해당된다.

그런데 문제는 ‘방출형’이다. 자신의 감정을 계속 유지하거나 또는 표출하기 위해 음악을 듣는 경우다. 슬픔이나 우울 같은 부정적 감정을 지나치게 억압하게 하는 음악, 또는 그런 감정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음악은 도리어 해가 된다. 슬픔을 지나치게 억압하게 되면 정신적으로 해가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계속 과거의 일을 되새기고 괴로워하는 반추적인 사고가 우울에 점차 빠지게 한다. 그런데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때의 그 음악을 들으면서 과거의 부정적인 일이 계속 생각나고 그것을 분석하고 반추하면서 점차 더 우울감에 빠져들게 된다. 우울뿐 아니라 분노나 공격성향에도 음악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분노를 계속 유지하고, 화풀이를 하고자 하는 공격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경우다.

음악이 힐링 효과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감정 장애까지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닌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풀이를 하려고 공격적인 음악을 듣고 부른다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지속적으로 슬픈 정서를 되새김질한다면 음악은 결코 좋은 대응기제가 될 수 없다.

가을이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음악 관련 이벤트를 찾고 있다. 더 추워지면서 실내에서의 음악 감상 또한 늘어날 것이다. 이때 자신은 어떤 유형인지 한번쯤 확인해보기 바란다.

지금의 감정을 음악으로 위로받고 싶다거나, 음악으로 인해 좀 더 긍정적인 다른 정서로 전환시키려 한다면 음악은 아주 유익하다. 그러나 외롭고 쓸쓸한 감정이나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음악으로 유지하거나 더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면 음악은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그 감정을 증폭시키고 정신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지속되면 뇌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여름이 끝나가는 지금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어떻게 감상하면 유익할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다가올 쌀쌀하고 음산해지는 남은 계절을 잘 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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