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기획] “유기농 면 생리대·동물복지계란 어디 없나요?” 기사의 사진
대학원생 홍모(25·여)씨는 22일 난생 처음 유기농 순면 생리대를 구입했다. 그동안 써왔던 릴리안 생리대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검사하기로 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홍씨도 지난달 해당 생리대를 썼는데, 5∼7일 정도였던 생리기간이 3일로 줄었다. 아직 릴리안 생리대와 부작용 간의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홍씨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홍씨는 “그나마 화학성분 덜 들어간 생리대를 찾아보고 있다”며 “아예 여러 번 쓸 수 있는 면생리대를 사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주부 김모(52·여)씨는 계란을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은 무항생제 계란을 사 먹었는데, 살충제 계란 파동을 보며 무항생제 인증도 믿을 수 없게 됐다. 무항생제보다 더 환경친화적으로 생산되는 동물복지 계란은 10알에 6000원대다. 무항생제 계란보다 1.5배정도 비싸다. 김씨는 “가족의 안전과 건강, 환경을 고려하면 이 정도는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논란과 살충제 계란 파동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시민들이 대안을 찾아 나섰다. 평생 동안 먹어도 안전하다고 정부는 공언했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지켜본 시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태도다.

화학물질이 사용된 제품을 피하고 자연에 더 가깝게 생산된 제품을 찾는 ‘논케미컬(Non-chemical)’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전한 계란을 파는 곳, 동물복지형 농장 목록을 공유하는가 하면, 면생리대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다.

동물복지계란을 취급하는 풀무원 관계자는 “(살균제 계란 파동 후) 동물복지 계란은 안전하냐는 소비자 문의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만 “계란 자체를 외면하는 소비자들도 있어 아직 판매량으로 연결시키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회용 면생리대 판매업체 한나패드는 웹사이트에 “일회용생리대에 대한 불안감으로 면생리대 주문량이 폭주해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공지를 내걸었다.

사람들이 자구책을 찾아 나선 건 정부의 안전성 인증 시스템과 대처 과정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불신은 오랫동안 쌓여왔다. 시작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KC(국가통합인증) 마크를 받은 가습기 살균제에서 2011년 유해 화학물질이 발견됐다. 정부차원의 피해자 조사는 2013년에서야 시작됐다.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고, 정부의 공식 통계는 계란 전수조사 과정에서 거듭 바뀌었다. 릴리안 생리대 역시 정부의 관리기준을 통과했지만, 부작용이 의심된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누적된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선 정부가 선제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생리대 유해물질을 조사했던 여성환경연대는 식약처가 모든 일회용 생리대 성분의 위해성을 검토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집단으로 나타났을 때 그 목소리를 무시하면 안된다”며 “식약처가 빨리 조사에 착수해서 인과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친환경 상품을 찾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자칫하면 공산품 전체에 불신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나서 안전관리·인증 시스템을 마련하는 동시에 시민사회의 촘촘한 감시와 견제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임주언 신재희 기자 eon@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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