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내 실손보험 어떡하나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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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없는 자기 부담 치료비의 90%까지 보장해 큰 인기를 끌어 왔다. 2012년 2662만명이던 가입자는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3296만명에 달한다. 최근 실손보험에 큰 파란이 일었다. 정부는 성형·미용을 제외한 모든 치료 항목을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하겠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실손보험 수술'을 예고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대폭 강화되면 비급여 항목의 보장에 주력하는 실손보험은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당장 가입한 실손보험을 해지해야 되는지, 신규 가입을 미뤄야 하는지 소비자는 헷갈린다.

‘문재인 케어’가 뭐길래

‘문재인 케어’의 목표는 의료비 부담 절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급여 비중이 높아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 비중이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9.6%를 훌쩍 넘는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 실행으로 국민 부담 의료비를 약 18% 줄일 생각이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에서 모든 의료비(미용·성형 등 제외)를 보장할 방침이다. 그동안 MRI나 초음파 검사 등은 비급여 항목이었다. ‘3대 비급여’로 불리는 환자간병, 특진비, 상급병실료도 대표적으로 자기 부담이 큰 항목이다.

이런 비급여 항목들이 단번에 급여 항목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정부는 비급여 항목을 없애는 대신 ‘예비급여’라는 비급여와 급여의 중간 성격을 띤 새로운 단계를 만들 예정이다. 예비급여에 포함된 항목들은 급여 항목의 자기 부담금(30% 안팎)보다 높은 자기 부담금을 적용한다. 정부는 향후 3∼5년 동안 비급여 항목을 순차적으로 급여 혹은 예비급여 항목으로 나누고 평가할 계획이다.

실손보험료 인하 불가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실손보험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에서 비급여 항목까지 모두 보장해준다면 비싼 보험료를 내면서 실손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2015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실손보험 가입 건수는 4.64개에 이른다. 월 보험료만 평균 27만6000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해지하기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혜택을 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섣부른 실손보험 해약은 ‘의료비 구멍’을 만들 수 있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목표 시한은 2022년이다. 예비급여 항목은 자기 부담률이 30%(의약품에 한해), 50%, 70%, 90%로 차등 적용된다. 어떤 치료냐에 따라 환자가 의료비의 90%까지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장은 “3∼5년 동안 어떤 치료 항목이 예비급여 또는 급여 항목이 되는지 살펴본 뒤 자신의 건강상태나 판단에 따라 해지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실손보험료 인하 가능성도 고려 대상이다. 정부는 실손보험료를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 대상이 꾸준히 확대돼 실손보험사가 환자들에게 지급하는 비용이 줄었을 텐데 실손보험료는 지나치게 올랐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보험업계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보험료 인하를 현실로 받아들인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시장에 반영돼 지급보험료가 줄어든다면 보험료는 당연히 인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든 실손보험’ 어쩌지

가입한 실손보험 상품이 1년 자동 갱신형이라면 매년 보험금지급 실적이 반영된 보험료가 적용되기 때문에 유지하는 게 좋다. 보험료가 내려가는 즉시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3, 5, 7, 10년 정기형 상품의 경우 추이를 지켜보다 보험료가 내려가지 않으면 해약하는 게 낫다.

신규 가입을 원한다면 인하된 실손보험 상품이 출시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1년 자동 갱신형으로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험연구원 정성희 실장은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가 넓어질수록 실손보험료는 내려갈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손해 보는 구조로 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시기도 따져야 한다. 실손보험의 보장 내역 표준화가 이뤄진 2009년 10월 이전에 가입했다면 유지하는 편이 낫다. 현재 실손보험 상품과 달리 자기 부담금이 없고 통원치료는 회당 5000원만 공제되는 등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당연하게 여겨 왔던 실손보험 가입을 다시 생각할 필요도 있다. 김준하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본래 실손보험은 나이가 들수록 보험료가 올라 노후에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등 노후 의료비까지 보장해주는 만능 카드가 아니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계기로 본인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저축과 보험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상품인 만큼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을 부실하게 하면서까지 보험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손보험의 미래는

정부 계획대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고 비급여 항목이 대폭 줄어드는 2022년 이후 실손보험 상품은 사라질까. 전문가들은 그때에도 여전히 실손보험의 효용가치가 있다고 내다본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70%로 올라간다 해도 여전히 30%는 본인이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실장은 “건강보험 보장률이 80%에 달하는 일본의 경우 실손보험 상품이 죽고 정액형 건강보험 시장이 형성됐다. 하지만 보장률이 70% 정도라면 실손보험 시장이 축소되더라도 보험료가 인하되면서 시장은 살아남을 여지가 있다”고 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사무국장도 “보험사들도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부분만 담당하는 단독 실손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등 시장 흐름에 맞춰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실손보험의 수요나 필요성은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사들도 새로운 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생명보험협회는 올해 하반기 주력 상품 트렌드로 노후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상품을 꼽았다. 건강보험의 중증·경도 치매환자 보장이 부족한데 이 틈새를 노리겠다는 식이다. 적립된 보험료를 바탕으로 연금처럼 노후생활 자금을 주는 새로운 상품 역시 발굴되고 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이석희, 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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