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삶] 닭 유감 기사의 사진
수탉
지난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닭이 이번에는 진드기 퇴치용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각종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닭은 모래 목욕을 하면서 스스로 진드기를 제거하고 깃털을 정리하는 자연 습성을 가진 가축이다. 그러나 경제 논리에 따라 배터리 케이지에서 대량 사육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사태를 불러왔다. 고기와 달걀을 제공하는 닭은 현재 지구상에 250억 마리 이상이 살아가고 있다.

닭의 직계 조상은 3000만년 전에 나타난 적색야계(赤色野鷄)라고 한다. 동남아 숲 속에서 서식하는 적색야계는 작은 덩치에 깃털과 볏이 붉고 꼬리는 검다. 야생닭은 중국 남부와 동남아 지역의 적색 멧닭, 인도의 회색 멧닭, 자바섬에 사는 초록 멧닭 등이 있다. 그중에서 지금의 집닭과 형질이 가장 비슷한 적색 멧닭을 3000∼4000년 전쯤에 길들여 사육했다고 학자들은 추측한다. 여러 문헌으로 볼 때 닭은 2000년 전에 한반도에 들어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에 외래종 닭이 대량 유입되면서 토종닭의 실체는 모호해졌다.

조선시대 이시진은 본초강목을 통해 꼬리가 3∼4척에 이르는 장미계(長尾鷄)의 특징을 언급하였다. 동의보감에는 붉은 수탉, 흰 수탉, 검은 수탉, 오골계와 같이 모양과 색깔이 다른 닭들의 효능을 기술하고 있다. 토종닭은 종류에 따라 몸 색깔이 다양하지만, 적갈색이나 황갈색이 가장 흔하다. 여하튼 수천년 인간과 함께한 닭은 풍속이나 민요에도 자주 등장한다.

닭에 관한 속담은 대체로 아둔한 동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에게 가장 많이 희생당하는 닭을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10억 마리 이상 도축한다. 그런 ‘치느님’의 고마움에 보답할 방법은 아마도 방목형 동물복지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한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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