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우리 속에 소원을 심으신 하나님

빌립보서 2장 13∼14절

[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우리 속에 소원을 심으신 하나님 기사의 사진
젊은 날 저에게 소원(꿈)이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을 온통 차지해버린, 저도 어쩔 수 없는 소원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으면서 큰 산 같은 힘으로 저를 지배(자기의 뜻대로 다스림)하고 몰아가는 꿈이었습니다. 가장 발전된 미국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여러 장애인에게 예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장애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고쳐주자는 ‘밀알운동’을 미국과 세계 속에서 펼치고 싶은 꿈이었습니다.

가망이 없어 보이는 소원을 따라서 마침내 저는 미국이라는 낯선 나라로 떠났습니다. 모든 것을 무릅쓰고 혼자 떠났습니다. 준비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인 저에게 미국 공항에 마중 나올 사람은 없었습니다. 말이 좋아서 유학(외국에 머물면서 공부함)이지, 학교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모 대학 언어연수과정 7주짜리 입학이 허가된 서류로 3개월 안에 돌아와야 하는 비자(외국 사람에 대한 출입국을 허락하는 증명서)였습니다. 물론 돈도 한 푼 없었습니다.

정말로 두려웠습니다. 모든 사람이 어리석다며 저를 말렸습니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행기 타러 가는 날 아침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쓴 일기장에 “하나님, 당신만 믿고 갑니다. 미국이라는 넓은 땅이 나의 무덤이 된다 해도 반드시 이 꿈을 이루고 오겠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런 각오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한국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날 방배동 밀알 사무실에서 공항까지 가는 동안 이유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 때문에 배웅(손님을 따라 나가서 작별하여 보내는 일) 나온 사람들에게 인사도 드리지 못한 채 비행기에 올라야 했습니다. 역시나 미국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처음 몇 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앞을 못 보는 장애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공부의 불편함, 그것은 매 맞는 것처럼 힘들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일부 한국 사람의 치우친 생각과 사회적 차별도 견디기 힘든 아픔이었습니다. 그 모든 고통과 아픔, 두려움과 떨림은 고스란히 저 혼자의 몫이었습니다. 혼자 몸과 마음, 영혼으로 짊어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였습니다.

그런데 34년 지난 지금, 저는 그 시절 그 고통과 아픔에 대해 뜨거운 감동으로 감사와 존경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시 옛날을 돌이켜보면 저의 터무니없었던 소원은 바로 아픔과 고통이라는 영양분을 먹고서야 자랄 수 있는 나무였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습니다. 두 가지 소원을 다 이루고 1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세계 속의 밀알, 그리고 저, 지금의 그 모든 것이 눈물과 고통에 뿌리를 박고 자라났습니다.

우리 안에서 행하시는 하나님은 당신의 기쁘신 뜻을 이루시기 위해 우리 속에 꿈을 심으시고 고통과 아픔으로 거름 주어 자라나 열매 맺게 하십니다.

이재서 ㈔세계밀알연합 총재·총신대 교수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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