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자극적 노래 사절… 용기와 희망·위로 담아요

‘아이돌 히트곡 제조기’ 작사가 마플라이

[예수청년] 자극적 노래 사절… 용기와 희망·위로 담아요 기사의 사진
마플라이(MAFLY)가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작사가로서의 삶과 비전을 소개하며 활짝 웃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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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희망 꿈 위로. 작사가로서 첫발을 내딛던 날 이 네 가지 키워드는 절대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지금요? 물론 현재진행형이죠.”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사가 마플라이(MAFLY·30·여)는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일명 ‘아이돌 메이커’로 불린다. 소녀시대, 여자친구, 트와이스, 카라, 동방신기 등 국내 음반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그가 쓴 노랫말로 무대에 오른다.

소녀시대의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태티서의 ‘할러(Holler)’ 태연의 ‘레인(Rain)’ 카라의 ‘마이 엔젤(My angel)’ 등 귀에 익은 노랫말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처음부터 작사가를 꿈꾼 건 아니었다. 네 살 때 발레를 시작한 이후 그의 유·청소년기는 새벽 운동, 오전 수업, 오후 발레연습과 레슨, 저녁 과외로 이어지는 무한반복 일과표로 채워졌다. 고3으로 올라가던 해 무릎과 고관절을 다치면서 새로운 분야에 눈을 돌려야 했다.

“재활하는 데만 1∼2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라 충격을 받기보다는 ‘내가 또 뭐에 관심이 있나’ 생각했죠. 중학교 때부터 따랐던 국어선생님이 ‘글을 써보라’고 권유하더군요. 음악을 좋아하니까 가사를 쓰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겠다 싶었던 게 시작이었죠.”

데뷔작이었던 소녀시대의 ‘낭만길(Romantic St.)’ 이후 그는 서정적이고 소녀 같은 감성의 발라드, 리드미컬하면서도 상큼함이 느껴지는 댄스곡에 어울리는 작사가로 서서히 자리매김했다. 본명에서 성을 뺀 ‘수미’란 예명 대신 마플라이를 쓰기 시작한 건 10여곡의 작사를 했을 때쯤이었다. 예명의 뜻을 묻자 그는 수줍게 웃었다.

“원래 ‘플라이(fly)’란 단어를 좋아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실제로 약자는 ‘Mother And Father Love You’예요. 엄마 아빠와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예명에 담고 싶었어요.”

그는 태연의 ‘비밀’을 자신의 신앙고백 같은 곡이라고 했다. 노래 가사를 들여다봤다.

‘낯선 세상이 힘에 겨울 때. Oh, then there’s you. 어질러진 내 마음속의 Oh, It’s you. …메마른 나의 세상 끝에 Oh, It’s you 단비가 되어 젖어 들게 해.’

마플라이는 “삶 가운데 시련을 겪고 방황하다가도 돌아보면 항상 내 뒤에 주님이 계셨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가사에 성경적 단어가 직접적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사랑’ ‘기쁨’이란 주제에 신앙적 가치관이 배어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속적 문화가 팽배한 연예계에서 신앙관을 지키며 공감을 이끌어내고 인정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아이돌 그룹의 노출 수위도 높아지고 콘셉트에 따라 작사가에게 자극적인 가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마플라이는 “데뷔 초 섹시 콘셉트의 곡 작업이 들어와 거절했을 땐 ‘거만하다’ ‘네가 성공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등 온갖 험한 소릴 들어야 했다”면서 “이제는 가사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만 봐도 내가 작사한 곡인지 알 만큼 저만의 색깔이 알려져서 자극적인 느낌이 풍기는 곡들은 알아서 피해간다”고 웃었다.

최근엔 역사를 소재로 한 에세이집 ‘낯선 곳으로의 산책’을 출간하며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11월부터 7차례에 걸쳐 상하이 옌지 충칭 하얼빈 등 중국 내 독립운동 유적지를 돌아보고 이 시대의 젊은이로서 느꼈던 점을 공유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출간과 함께 또 하나의 예명도 생겼다. 저자로서의 예명은 ‘예오름’이다. 예수님과 예술을 뜻하는 ‘예’에 낮은 언덕을 뜻하는 ‘오름’을 붙여 누구나 언덕에 올라와 편안하게 예수님과 예술을 느낄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지향이 담겨 있다.

책에는 ‘청춘, 오래된 미래를 마주하다’란 부제가 붙었다. 그는 “독립운동가들은 작디작은 방에서도 마음속 커다란 창을 열어 미래를 봤다는 걸 느꼈다”며 “이 시대 청년들도 자신의 마음밭을 넓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에게선 청춘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에게 진솔하게 전하고자 하는 속마음이 느껴졌다. 그 마음엔 놓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던 네 가지 키워드가 담겨 있었다. 마플라이가 작사한 곡 중 한 곡의 가사가 떠올랐다.

‘네가 흘린 눈물 네가 느낀 고통은 다 더 높이 날아오를 날을 위한 준비일 뿐, Butterfly.’(태연의 ‘I’ 중에서)

글=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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