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현동] 임시 공휴일 기사의 사진
새해 달력에서 눈이 먼저 가는 것은 ‘빨간 날(법정공휴일)’, 특히 연휴다. 사장 입장에선 일할 생각 않고 놀 생각만 한다고 핀잔을 줄 수 있겠지만 솔직히 직장인에게는 월급날만큼이나 기다려진다. ‘노는 것도 일’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니 탓만 할 수 없는 노릇. 더욱이 일하지 않고도 돈을 받을 수 있으니 당연하다.

법정공휴일은 엄밀히 따지면 관공서가 문을 닫는 날로, 근로자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들은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일주일 평균 1일 이상의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에 따른다. 주로 일요일을 그 날로 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 ‘빨간 날’이 아니다.

휴무일을 ‘그냥 노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꼰대’ 또는 ‘아재’ 취급 받기 십상이다. 일하기 위해서 쉰다는 주장이 전혀 엉뚱하게 들리지 않으니 그럴 만도 하다. 창조적 파괴처럼 ‘창조적 휴식’이라는 형용모순도 이래서 통한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동의하기도 그렇지만 딱히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다. 휴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했다는 의미다. 이제 노는 것도 그냥 놀지 말고 창조적으로 놀아야 한다니 아재들은 설 땅이 점점 좁아진다.

‘임시공휴일’이 24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 순위에 올랐다. ‘정부가 샌드위치데이인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키로 했다’는 보도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던 것. 맞는다면 추석 연휴기간 최장 열흘 동안 쉬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인도 시인도 아니다.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가 필요한 사안으로, 확정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 202쪽에서 ‘추석 연휴기간 중 10월 2일을 임시휴무일로 선포한다’고 약속했다.

임시공휴일 지정은 새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과 맞물려 있는데 논란이 많다. 소득은 임금 등으로 형성된다. 임금은 개인에겐 소득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비용으로 이중의 성격을 갖는다. 개인의 노동력 제공으로 생산 활동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생산물은 부가가치가 더해지면서 기업엔 이익, 개인에겐 임금(소득)으로 환원된다. 생산 없이 소득이 있을 수 없는데 생산 활동 없이 소득을 만들어 내고 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게 비판론의 근거다.

문 대통령은 국민휴식권 보장을 통해 내수를 진작하겠다고 공약했다. 휴식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데 현실은 돈이 없어서 노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사람도 적지 않다. ‘돈 쓰고 놀면서 성장에 기여하라’고 하니, 없는 사람 입장에선 그저 답답한 노릇이다.

글=박현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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