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짧은 선교 역사에도 개신교 부흥한 땅”

종교개혁의 본고장 독일, 한국기독교 성장에 격찬

“한국, 짧은 선교 역사에도 개신교 부흥한 땅” 기사의 사진
운보 김기창 화백이 6·25전쟁 중 피란지였던 전북 군산에서 그린 작품 ‘아기 예수의 탄생’. 말구유에서 탄생한 아기 예수를 한국의 정서로 표현한 작품으로 한복 입은 마리아와 갓을 쓴 요셉, 소와 닭이 등장하는 외양간이 눈길을 끈다. 서울미술관 제공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기점으로 개신교 역사의 첫 페이지를 연 독일. 그런 독일이 130년이라는 짧은 선교 역사를 가진 한국을 향해 ‘개신교가 부흥한 땅(Boom Land of Protestantism)’이라고 극찬했다.

마르틴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개신교가 성장한 나라들의 선교역사와 토착화 선교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미술작품과 유물을 모아 특별전을 하고 있는 독일 베를린 독일역사박물관이 4월 전시를 시작하면서 ‘루터의 영향-세계 개신교의 500년’을 주제로 한 기념 서적을 최근 출판했다. 400쪽 넘는 책에는 종교개혁의 의미와 함께 한국을 비롯해 스웨덴과 미국, 탄자니아 등 개신교회가 성장한 4개국 교회의 역사를 소개해 눈길을 끈다. 특별전에 전시한 미술품과 유물 등의 작품도 함께 실렸다.

한국의 개신교 선교역사는 류대영 한동대 교수와 이유재 독일 튀빙겐대 교수, 제임스 그레이슨 영국 셰필드대 교수가 ‘성경 중심의 기독교’, ‘기독교 부흥과 남한 건국’, ‘개신교와 전통문화 사이의 상호 영향’ 등을 주제로 조명했다.

한국학 전도사로 알려진 그레이슨 교수는 “루터의 영향으로 한국 개신교회가 하나님을 찬양하는 공동체, 나아가 성경번역 등의 사역을 통해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했으며 이것이 결국 한국 근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다만 그레이슨 교수는 서양종교인 개신교가 한국교회에 여과 없이 이식된 면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500곡 넘는 찬송가를 보면 한국 전통 가락에 가사를 붙인 곡이 거의 없고 대부분 서양찬양”이라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선교사가 공식 입국하기 전 이미 한국어로 번역된 ‘쪽 복음’이 보급된 사례를 언급하면서 한국을 ‘성경 중심의 기독교(Bible Christianity)’라고 규정했다. 선교사가 공식 입국하기 전 선교지 나라의 언어로 된 성경이 존재했던 건 선교역사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류 교수는 “선교사들조차 의심할 여지없이 한국 개신교를 성경 중심의 기독교라고 봤다”면서 “미국장로교 한국선교부의 설명에 따르면 성경이 전도자들에게는 구속사의 증인 그 자체였고 구원으로 인도하는 통로로 인식됐으며, 일용할 양식이었다”며 성경의 높은 위상을 묘사했다.

지난 4월 12일 시작해 오는 11월 5일까지 진행되는 특별전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기독교회협의회(NCCK)와 숭실대 기독교박물관, 서울미술관, 새문안교회, 정동감리교회, 향린교회 등이 작품을 대여하거나 개신교 역사에 대해 자문했다. 한국관의 전시 콘셉트도 ‘한국-개신교 부흥의 땅’이다. 그만큼 한국교회는 세계적으로도 크게 부흥한 신흥 개신교 강국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독일 현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작품은 서울미술관이 대여한 운보 김기창(1913∼2001) 화백의 ‘예수의 생애’ 전작이다.

신약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공생애를 대표하는 30개 장면을 한국화로 그려낸 이 대작은 개신교 문화가 척박한 한국의 풍토 속에서 개신교를 한국 전통 화풍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시대 복식을 한 인물들을 비롯해 전통한옥이 세필로 묘사돼 있어 풍속화를 연상케 하지만 운보가 그린 그림의 주인공은 늘 예수다.

운보 작품에 대한 독일의 관심은 지대하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도 개막식에서 “한국 개신교의 전파와 한국 미술의 저력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히기도 했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이 대여한 13점의 사료도 눈길을 끈다. 현재 독일역사박물관에는 한국 근대 번역문학의 효시가 된 ‘천로역정’과 초기 장로교인들이 사용한 ‘궤도찬송가’, 윌리엄 베어드 박사가 저술한 ‘한영·영한사전’, 1887년 발간된 ‘누가복음’ 등이 전시돼 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