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청소년 사역자 성적 타락] 권징조례에 성범죄 조항 없어… 일 터지면 ‘쉬쉬’

(中) ‘성범죄’ 신고·상담·처벌 규정 없어

[또 불거진 청소년 사역자 성적 타락] 권징조례에 성범죄 조항 없어… 일 터지면 ‘쉬쉬’ 기사의 사진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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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청소년 사역자들의 성추문 가운데 제대로 치리(처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겁니다.”

부산의 한 대형교회에서 사역 중인 A전도사가 지난 25일 국민일보와 가진 통화에서 조심스레 꺼낸 말이다. 그는 “사역자가 수백명에 이르는 대형교회의 경우 담임목사 모르게 당사자들끼리 조용히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청소년 사역자의 성적 일탈이 반복되는 원인을 들여다봤다.

주요 교단 등 한국 교계의 목회자 성범죄 처벌 규정과 예방대책 현황을 점검한 결과, 다양한 범죄 유형 가운데 ‘성’범죄 처벌 내용을 권징조례에 명시한 교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피해자들이 상담을 요청하거나 신고할 수 있을 만한 전문기관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전력이 있거나 성적 타락의 소지가 있는 사역자를 처벌하거나 걸러낼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반복되는 성추문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은 소속 교인이 사회법과 교회법상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치리하기 위해 교단 헌법이나 헌장 내 권징조례 등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교단 가운데 권징조례에 목회자의 성 관련 문제 처벌을 명시한 곳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전명구)와 예수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김원교) 두 곳뿐이었다. 이마저도 ‘부적절한 결혼 또는 부적절한 성관계(동성 간 성관계 포함)를 했을 때’로 처벌 규정을 국한하고 있어 성범죄를 염두에 둔 규정으로 보기 힘들다.

현행 권징조례로도 성범죄를 치리할 순 있다. 하지만 효과적인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선 명시적으로 표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사무국장은 “각 교단 권징조례에 목회자 성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명시된 경우가 없다는 건 문제해결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미국장로교회(PCUSA)나 캐나다연합교회(UCC) 같은 경우, 미성년자 관련 성범죄를 처벌하는 지침서를 만들어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PCUSA 같은 경우 교회 사역자나 직원이 성범죄를 저지르면 교회 차원에서 법적 책임을 지고 사실 조사 및 재판 비용까지 부담한다”며 “UCC 역시 ‘성적 학대 예방을 위한 대응정책과 절차’라는 지침서를 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사역자들의 성범죄가 반복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성범죄 피해자가 상담을 요청하거나 신고할 수 있는 기구를 갖추지 못한 현실을 꼽는다. 또 검증절차 없이 사역자를 무분별하게 섭외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갑 청년사역연구소(청년연구소) 소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많은 청소년 사역자가 반복해서 성추문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들이 두려워할 수 있는 조직이 교계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개혁연대 김 사무국장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선 심리·의료·법률 지원을 모두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지만 교계엔 아직 그런 조직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채수지 기독교여성상담소장 역시 “현재로선 기독교여성상담소가 교회 내 성폭력에 대해 상담을 실시하고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며 “피해자들이 보다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교계 내 조직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연구소 이 소장은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들을 살펴보면 개인의 영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하나님 앞에서 진지한 내면의 성찰을 하는 시간 없이 타고난 재능과 말솜씨에만 의존해 사역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청소년집회 강사를 섭외할 때 말보다 삶을 검증해야 한다”며 “메시지가 성경에 충실한지, 영성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자창 이현우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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