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맹경환] 중국은 미국을 넘을 수 있나 기사의 사진
다사다난했던 베이징 생활이었다. 부임 전 이뤄진 북한의 3차 핵실험(2013년 2월) 이후 북·중 관계는 냉랭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여전히 중국은 북한을 감싸는 나라 중 하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지켜봤을 때 한·중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 같았다. 하지만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 관계는 나락으로 떨어져 있다. 처음 베이징에서 택시를 타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초짜 택시 기사들은 초짜 외국인을 엉뚱한 곳에 내려주기 일쑤였다. 지금은 차량 호출앱 디디추싱에 목적지만 입력하면 기사와 말 한 마디 주고받지 않고도 목적지에 내릴 수 있다. 3년 전 중국 사람들은 한국 식당들의 배달 음식에 신기해했다. 지금은 ‘메이퇀’과 ‘얼러머’ 등 배달 앱은 보편화됐고 도로는 배달 오토바이 천지다. 자전거도로를 점령한 공유자전거는 더없이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비록 3년이지만 놀라운 속도로 변하고 있는 중국을 실감할 수 있었다. 중국을 한참 아래로 봤던 한국 사람들은 막상 중국을 직접 보고는 열이면 열 놀라곤 한다.

중국인들은 자신감에 차 있다. 옛날 같으면 언감생심, 꿈도 못 꿨겠지만 지금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맞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됐다. 3년 전 처음 만난 중국인 교수는 “이제 중국의 시대가 온다”고 호언장담하며 “한국도 살아남으려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은근한 협박을 하기도 했다. 사실 중국의 경제총량이 미국을 능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6%로 잡느냐 6.5%로 예측하느냐에 따라 2024년이냐 2027년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이 일등이라고 일등 국가는 아니다. 한 나라의 국력은 경제력뿐만 아니라 군사력에 문화 수준 등이 종합돼야 한다.

과연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수 있을까. 줄곧 머릿속을 맴돌았던 생각이다. 중국 생활을 마무리하며 내린 결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단 중국이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개혁하고 민주화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제다. 다당제와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고 싶어도 그 순간 옛 소련처럼 현재의 중국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게 중국의 딜레마다. 베이징의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딱 지금과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중국의 정치나 경제의 시스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한 경제나 문화 등 종합적인 면에서 미국은커녕 한국도 뛰어넘기 힘들 것이라는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모든 인민의 사상과 행위를 통제한다. 스타인 링겐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중국은 인민들 스스로 통제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완벽한 독재’로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의 학자들을 만나보면 공산당의 방침에서 벗어난 말을 하지 않는다. 칭화대 이공계의 한 한국인 교수는 “중국 학생들은 시키는 과제는 한 치 오차도 없이 잘해 놀랄 때가 많다”면서도 “새로운 걸 생각해내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언론과 사상을 통제하는 사회에서 창의성은 발현될 수 없다. 민주사회의 혼란을 수없이 목격하면서 중국의 정치 시스템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다. 한때는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현재의 공산당 체제로 중국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은 딱 지금까지다.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시스템 개혁이 필요한데 시진핑 국가주석은 공산당 독재에 더해 1인 지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또 하나의 약점은 사방에 적이 많다는 점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 중 러시아와 북한 정도만 제외하면 거의 다 갈등을 겪고 있다. 중국을 경험할수록 중국을 안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외교관은 “지(知)중파는 늘지만 친(親)중파는 줄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꿈’을 부르짖으며 자신감에 차 있는 중국 지도자들이 만들어갈 중국의 미래가 자못 궁금해진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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