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이나 영국에는 사실상 상가임대차 계약 기간이란 게 없다. 임차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가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없도록 법으로 명시했다. 프랑스는 9년간 상가임대차 계약을 보장한다. 한국은 5년이다. 그러나 그 5년도 일부 상가에만 적용될 뿐이다.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이 4억원 이하면 5년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보호하지만 4억원 한도를 넘으면 1년, 또는 2년의 상가임대차 계약만 적용될 뿐이다.

환산보증금은 한국에만 있는 제도로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로 지적돼 왔다. 상당수 가게들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 젠트리 문제가 심각한 핫플레이스들의 임대료 억제와 상인 보호에 무력하다는 점 외에도 영세한 건물들의 임대료만 규제하고 비싼 건물들은 방치함으로써 돈 많은 건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게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환산보증금을 서울 4억원, 경기·인천 3억원 등으로 일괄적으로 묶어놓은 것도 문제다. 같은 서울이라고 해도 지역별로 경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경우 환산보증금 한도가 1억5000만원인데, 제주도의 특정 지역들은 이미 서울과 임대료 수준이 비슷해졌다. 이 때문에 환산보증금 제도 자체를 없애거나 지방자치단체에 한도 지정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약 시 임대료 인상률 한도를 최고 9%로 설정한 것도 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9%라는 기준이 현재의 초저금리와 불경기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특히 임대료 상승률이 금리에 비해 훨씬 높아지면서 건물임대업이 투자나 투기 목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가임대차계약 보호기간을 늘리려면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여야가 공히 보호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속칭 ‘젠트리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지역상생발전법’도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이정현 의원(무소속)이 각각 발의해 놓았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젠트리가 우려되거나 심화된 지역을 특구로 지정해 특구의 임대료 상승률을 결정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미국 뉴욕시는 시장이 임대료 상승률을 결정한다.

정부는 지난달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기간은 10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또 환산보증금을 전체 상가임대차계약의 90%까지 포괄하도록 상향하고, 임대료 인상률 상한은 낮추기로 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환산보증금이나 임대료 인상률을 수정하는 것은 법 개정 사항이 아니라서 정부의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면서 “올해를 넘기지 말고 국무회의 의결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