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컬러 렌즈’ 주의보… 잘못 썼다가 ‘눈 킬러’ 된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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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소년과 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혼혈렌즈가 유행이다. 혼혈렌즈는 시력 교정이 아니라 눈을 예뻐 보이게 하는 목적으로 끼는 미용 컬러렌즈의 일종이다. 렌즈 테두리 표면에 2∼3가지 색을 섞은 색상을 입혀 신비롭고 이국적인 눈으로 보이게 한다. 애초 사고로 실명된 눈의 색깔을 보정하기 위한 의료 보조도구로 쓰였으나 한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젊은층 사이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아이돌 가수들이 무대나 화보에서 주로 착용해 유명해졌다. 끼고 나온 아이돌 이름을 따 ‘하니 렌즈’ ‘수지 렌즈’라는 별칭이 붙었다. 콘택트렌즈 전문점 등에는 혼혈렌즈를 찾는 초·중·고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나 커뮤니티에도 ‘학교에 끼고 다닐 만한 혼혈렌즈를 추천해 달라’는 10대들의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초등 6학년이라는 한 네티즌은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 안경을 벗고 혼혈렌즈를 끼려 한다”며 도움을 청했다.

2∼3가지 색 넣은 혼혈렌즈 유행

미용 목적 컬러렌즈는 2000년대 초반 연예인들이 방송에 착용하고 나오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맨 먼저 등장한 게 테두리 부분을 짙은 색으로 염색한 서클렌즈다. 착용하면 눈동자가 더 까맣고 커 보인다. 이어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것처럼 보이는 눈물렌즈, 렌즈 표면에 별·하트·나비 등 무늬가 들어간 피어싱렌즈, 캐릭터·메시지를 넣을 수 있는 이미지렌즈, 눈을 움직일 때마다 검은자위 주위에 이슬 모양이 보이는 이슬렌즈까지 점점 다양한 렌즈가 등장하고 있다.

컬러렌즈도 시력 교정용 콘택트렌즈와 비슷하게 중심부에 도수가 들어가 있는 것과 아닌 제품이 있다. 젊은 여성들은 주로 미용 목적으로 사용한다. 컬러렌즈를 끼는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 3월 대한안광학회지에 발표된 연구논문을 보면 서울과학기술대 안경광학과 박미정 교수팀이 서울지역 여고생 319명을 조사한 결과, 52.4%가 서클렌즈 착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73%는 중학생 때, 15.6%는 초등 4∼6학년때부터 꼈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장시간 컬러렌즈 착용이 일반 시력교정 렌즈보다 부작용 위험이 더 높다는 점이다.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최철명 원장은 “컬러렌즈는 일반 렌즈에 비해 착색에 사용하는 염료가 한 겹 더 있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14년 대한안과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콘택트렌즈 합병증 환자의 눈 499안 가운데 26%(130안)가 미용 목적만으로 컬러렌즈를 착용한 사례들이었다.

특히 청소년은 장시간 혹은 수면 중 렌즈 착용, 잘못된 세척 및 보관 등으로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많다. 렌즈 구입 시 주의사항이나 위생적인 관리법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일부 청소년은 친구와 렌즈를 돌려가며 착용하기도 한다. 값싸고 질 낮은 제품에 대한 유혹도 없지 않다.

2012년부터 콘택트렌즈의 인터넷 판매가 금지됐지만 해외직구나 구매대행을 통해 청소년들도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최 원장은 “컬러렌즈 부작용 환자 3명 가운데 1명꼴로 중·고생”이라면서 “대부분 부작용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증상이 좋아지면 또 렌즈를 착용하고 다시 부작용이 생겨 오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소 투과율 낮고 두꺼워

눈의 검은 동자 가장 앞부분인 각막은 유리창처럼 투명하고 일정한 두께를 유지하고 있다. 투명성 유지를 위해 각막에는 혈관이 없다. 각막에 필요한 산소는 공기 중으로부터 직접 공급받는다. 그런데 콘택트렌즈는 검은 동자에 붙어서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각막에 대한 산소공급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렌즈 제조사들은 재질에 따라 산소투과율이 일정수준을 넘도록 하고 두께 또한 일정 비율을 유지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컬러렌즈의 경우 진한 색상의 염료가 덧입혀지기 때문에 산소투과율이 일반 렌즈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염료 삽입을 위해 두께도 2배가량 두껍다. 그만큼 각막에 산소결핍 가능성이 높고 염료 때문에 렌즈 표면이 거칠어지기도 쉽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황규연 교수는 “렌즈 안쪽 표면이 매끈하지 못하면 각막에 손상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각막 표면이 거칠고 불규칙하게 되면 세균이 잘 들러붙게 된다”면서 “산소마저 부족하면 상처 회복력이 크게 떨어져 여러 감염성 각막염을 초래하고 시력 손상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각막신생혈관증식증, 결막이완증, 각막혼탁, 각막궤양 등 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각막은 우리 몸에서 혈관이 없는 몇 안 되는 기관이다. 그런데 렌즈의 오랜 착용으로 외부 공기로부터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각막에도 혈관이 새로 자라게 되는 각막 신생혈관증식증이 초래된다. 직접적으로 시력이 떨어지진 않지만 혈관이 너무 많이 생기면 시야가 흐려진다. 원래 투명해야 할 각막이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라식·라섹 수술을 받을 때 혈관이 방해가 돼 레이저가 각막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시력 교정을 받기도 어려워지는 셈이다.

결막이완증은 ‘흰자위’로 통칭되는 결막에 주름이 생기는 질환이다. 렌즈는 각막 위에 붙어있지만 눈에 완전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눈물 층의 움직임에 따라 이동하기도 하며 눈을 깜빡일 때마다 렌즈가 사방으로 밀려 결막 표면을 자극한다. 자극이 오래 지속되면 결막세포가 변형되고 주름이 생길 수 있다.

이 밖에 렌즈 착용으로 눈이 건조해지면 각막염이 생기고 그 후유증으로 뿌옇게 흐려 보이는 각막혼탁이 올 수 있다. 온누리스마일안과 김부기 원장은 “각막 중앙에 혼탁이 생기면 부정 난시 등으로 시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상처 심하면 각막궤양우려

특히 위험한 부작용은 각막궤양이다. 각막에 난 상처를 즉시 치료하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질 나쁜 저가 컬러렌즈를 바로 착용할 경우 상처에 세균, 기생충 등이 들러붙어 궤양(염증)이 생긴다. 특히 물이나 토양에 서식하는 기생충 아칸트아메바는 렌즈 착용자의 감염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450배 높다. 수돗물뿐 아니라 렌즈 보존용액 등에서도 증식할 수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중학교 1학년 A양(13)은 지난 4월 오른쪽 눈이 심하게 아프고 충혈돼 안과병원을 찾았다. 며칠간 눈곱도 끼고 시야도 흐릿해졌다. 각막궤양이 원인이었다. 촬영된 영상에서 각막에 움푹 파인 염증 자국이 보였다. 오랜 컬러렌즈 착용으로 각막 표면이 거칠어져 상처가 생겼고 그곳으로 세균이 들어가 곪은 것이다. 균 배양검사에서 녹농균이 나왔다. 비위생적 환경에서 흔히 감염되는 병원균이다. A양의 시력은 정상(1.0)에서 0.1 이하로 떨어졌다.

건양의대 황규연 교수는 “다행히 염증치료가 잘돼 시력은 0.8 정도로 돌아왔지만 앞이 흐려 보이는 각막 혼탁은 계속 남게 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만약 항생제에 잘 듣지 않는 내성균에 의해 각막 궤양이 생길 경우 치료가 매우 어렵다”면서 “심하면 안구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 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컬러렌즈 부작용 신고는 지난 3년간 109건이나 됐다.

혼혈렌즈, 하루 4시간 이내 착용

현재 유행 중인 혼혈렌즈가 다른 컬러렌즈와 비교해 다른 문제가 있는지는 아직 조사된 적이 없다. 다만 기존 컬러렌즈보다 더 많은 색깔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조 공정에 따라 렌즈가 더 두껍거나 거칠 가능성은 있다. 그만큼 부작용 발생 개연성도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부기 원장은 “특히 청소년은 눈의 성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미용을 위한 혼혈렌즈 같은 컬러렌즈는 가급적 착용하지 않는 게 좋다”면서 “꼭 착용하고 싶다면 하루 4시간(일반 콘택트렌즈는 8시간 이내) 이내로 하고 눈이 건조하지 않도록 1∼2시간마다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은 인공눈물을 넣어 주는 걸 생활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혈 통증 시력저하 눈부심 등이 생길 때는 렌즈 착용을 즉시 중단하고 안과 전문의로부터 진료를 받아야 한다. 렌즈를 끼고 잠을 자면 낮 동안 쌓인 세균이 렌즈와 각막 사이에서 증식할 수 있어 절대 금물이다. 안구건조증이나 알레르기결막염이 있을 경우 렌즈나 염료의 자극으로 염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각막염이나 각막궤양이 생기면 영구적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심하면 각막 이식을 받아야 한다.

일부 10대들은 시력교정을 위해 라식·라섹 수술을 받은 뒤에도 미용 목적으로 컬러렌즈를 착용하곤 한다. 최철명 원장은 “라식 수술로 각막을 깎은 상태여서 표면이 평평하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컬러렌즈를 끼면 렌즈의 구부러진 정도가 눈에 딱 맞지 않아 통증이나 충혈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황규연 교수는 “무엇보다 컬러렌즈가 패션 제품이 아니라 사용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료기기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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