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우리교회-건물 없는 선교형 교회 ‘정동국밥’] 평일 따뜻한 밥 제공, 주일엔 예배당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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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숙 카타리나 수녀(오른쪽)가 지난 27일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빌딩 지하 정동국밥에서 감사성찬례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는 성공회푸드뱅크·정동국밥 대표인 김한승 신부.
지난 27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빌딩 지하 정동국밥. 조리실이 흰 블라인드로 가려지자 음식점은 예배당이 됐다. 정동국밥은 ‘건물 없는 교회’를 표방하는 선교형 교회다. 평일에는 직업과 취미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위한 카페나 식당으로, 주일에는 예배당으로 변신하는 교회다.

국밥집 벽에 붙은 얼큰한 국밥과 아귀찜 사진이 군침을 돋게 했다. 예배 참석 인원은 12명에 불과했지만 분위기는 경건했다. 찬송가를 위한 오르간 반주는 초등학생인 김재인(11)양의 전자피아노 연주로 대체했다.

이날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사제인 오인숙 카타리나 수녀가 감사성찬례를 집전했다. 평소에는 성공회푸드뱅크·정동국밥 대표인 김한승 신부가 관할 사제로 감사성찬례를 집전하지만 매달 마지막 주일에는 오 수녀와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이자 자급(명예) 사제인 조연성 신부가 집전에 참석한다.

예배 형식은 같은 날 바로 옆에서 열린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과 비슷했다. 빵과 포도주를 축성해 성체와 보혈을 나누는 영성체가 이뤄졌다. 모든 교회서 같은 날 같은 독서와 복음을 전하게 하는 성공회 정과에 따라 오늘의 독서(출애 1:8∼2:10)와 오늘의 복음(마태 16:13∼20)도 같았다. 오 신부는 “성서를 항상 읽고 그 말씀이 생활에 기준인지를 항상 기도드려야 한다”고 설교했다.

정동국밥은 2012년 4월 ‘사회적 국밥집’을 기치로 1호점을 냈다. 설립 비용은 시민들의 소셜펀딩으로 마련했다. 인건비와 임차료 공과금을 제한 모든 수익은 푸드뱅크와 함께 이웃에 국밥을 나누는 데 사용한다. 목요일은 서울역 결핵환자 쉼터, 금요일은 서울 종로구 이화동 급식버스에서 노숙인에게 국밥을 제공한다. 정동국밥 안에 있는 푸드뱅크 주방에선 도시락이 만들어져 독거노인들에게 제공된다.

정동국밥은 전국으로 퍼져나갈 전망이다. 전국 푸드뱅크와 나눔의 집 지부들이 지난달 모여 이를 논의했다. 지역 주민들이 함께 모금해 정동국밥을 설립하면 수익금은 이웃에 대한 무료 급식에 사용된다. 식당은 사람들을 위한 신앙모임 장소가 되고 예배 공간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지난 6월 5일에는 경기도 과천시에 정동국밥 2호점인 과천점이 문을 열었다.

김 신부는 “정동국밥을 선교형 교회로서만 아니라 이웃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도 활용하고자 한다”며 “섬처럼 떠 있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이웃과 함께 공생하기 위한 한 지붕 두 가족 같은 교회”라고 설명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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