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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형준] 안철수가 직면한 네 가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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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대표가 선출됐다. 대선 패자가 3개월여 만에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안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광야에서 쓰러져 죽을 수 있다는 결연한 심정으로 제2창당의 길, 단단한 대안 야당의 길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만만찮은 과제와 해결이 쉽지 않은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다.

첫째, ‘선명 야당론’을 적극 제기하면 할수록 국민의당 기반인 호남 민심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안 대표는 문재인정부의 ‘코드 인사, 안보 무능, 선심성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의 회동에선 “지난 100일간 중요한 결정을 쫓기듯 졸속으로 처리해 문제”라고 했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8월 22∼24일)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79%였다. 호남지역에서는 그 비율이 90%나 된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46%로 압도적 1위이며 국민의당(5%)은 원내 5개 정당 가운데 꼴찌다.

충격적인 사실은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7%)이 민주당(61%)과 비교도 안 되지만 정의당(9%)에도 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이 과연 통할지 의문이다. 지금은 선명야당이 아니라 오히려 민생야당을 내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 현실을 회피한 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정치 방황이 길어지면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둘째, 바른정당과의 연대 등 야권발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순간 당은 분열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호남 중진들의 집단 반발이 예상된다. 당장 박지원 전 대표는 “(바른정당이) 비록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협력한 공로가 있지만 대북정책의 정체성이 완전히 달라 야당으로서 공조는 할 수 있지만 연합·연대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내년 지방선거 때 야3당이 최소한 수도권에서 광역단체장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동상이몽에 그칠 수 있다.

셋째, 안 대표가 ‘극중주의(極中主義)’를 표방할수록 오히려 정체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극중주의란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 되는 일들에 치열하게 매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대에 출마했던 정동영 의원은 “어정쩡한 중간은 기회주의적”이라고, 천정배 의원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극중’은 정체성과 가치가 명확하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대표는 당선 직후에 “배타적 좌측 진영이나 수구적 우측 진영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실천적 중도개혁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체성은 말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당이 중도를 표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민주당 2중대’처럼 행보를 했기 때문에 정체성 위기가 온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당은 제3당으로서의 분별력 있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장관 청문회, 추경 처리, 정부조직 개편, 공무원 증원 문제 등 주요 현안마다 일관된 노선이나 명분 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갈수록 꿈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국민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과 실천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극중주의는 허구로 전락할 수 있다.

넷째, 전당대회 전후 불거진 당내 갈등을 추스르고 비안철수계 인사들과 화합하려고 하는 순간 당 혁신은 물 건너간다. 혁신을 내세우면서 호남의 기득권 세력을 인정하면 ‘호남 자민련’으로 빠지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더욱이 혁신을 들먹이면서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당내 누구도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은 기만이고 모순이다.

국민의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우뚝 서려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안철수의 ‘새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선명 야당의 길이 아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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