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한장희] 일조우일조 정권 기사의 사진
내년에 처음으로 나랏빚이 700조원을 넘어선다. 이자만 20조원 넘게 내야 한다. ‘슈퍼 예산안’을 마련한 문재인정부는 앞으로도 재정지출을 매년 5.8%씩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고, 나라살림 허리띠 졸라매기로 재원을 마련한다지만 적자 국채(國債) 발행은 피할 수 없다. 이 추세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엔 나랏빚이 8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2006년 282조원이었던 국가 채무가 15년 만에 3배 가까이로 증가하는 셈이다.

정부는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가 40%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한다. 믿는 구석은 세금이다. 올해만 예상보다 15조원 정도 더 걷혔고, 내년에는 부자 증세도 하니 매년 30조원 정도 씀씀이를 늘리는 게 큰 부담이 안 된다는 논리다. 재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 “이전 정권에선 재정지출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쳐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한다.

그러나 5년간 세수 초과분이 적어도 6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을 순진한 희망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재원을 늘어난 세수로 충당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과거 정권의 실패한 전철을 밟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과거 정부는 예산안을 짜면서 각종 지출을 늘리기 위해 세수 목표치를 높게 잡는 일을 되풀이했다. 주로 경상성장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세수 전망치를 부풀렸고, 그 결과 지출이 세수를 초과해 국가 재정이 축나는 상황이 반복됐다. 특히 경상성장률이 4%를 초과하지 못했던 2012∼2014년은 매해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문재인정부는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4.5%로 제시했다. 보수적인 추정이라 해도 세수 펑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 지출 증가폭(7.1%)이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2.6% 포인트나 상회하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4.9%)나 박근혜정부(4.8%)는 물론이고 노무현정부 때의 연평균 증가율(6.8%)보다도 높다. 경상성장률이 전망치를 크게 웃돌지 않는 한 세수가 지출을 따라가지 못해 적자 발생이 불가피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와 올해의 세수 풍년이 일시적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들어맞는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복지 예산은 한번 늘리면 좀처럼 줄이기 힘들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때문에 복지 예산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새로운 제도까지 속속 도입되고 있으니 지출 규모 증가세는 여간해선 막기 어려운 지경이다. 때문에 내년에 429조원인 전체 지출규모는 문재인정부 임기 말엔 5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세금 수입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결국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돈은 돈대로 쓰고도 경기 회복은커녕 나랏빚만 잔뜩 늘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김용태 바른정당 의원은 최근 펴낸 ‘문재인 포퓰리즘’이라는 책에서 문재인정권을 ‘일조우일조(日兆又日兆) 정권’이라고 꼬집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고사성어를 패러디한 말로 매일 조(兆) 단위가 필요한 정책을 남발한다는 비판이다. 김 의원은 근본적인 세제 개혁 없이 부자 증세, 법인세 증세만으로 확대 재정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없을뿐더러 이는 박근혜정권이 ‘증세 없는 복지’를 외친 것과 별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김 의원뿐 아니라 많은 학자들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획기적인 성장률 제고 방안이 없는 한 지출 구조조정과 초과 세수만으로는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대기업·부자 증세를 추진하는 것보다 더 넓은 규모의 증세를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정부는 차제에 조세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인 증세가 없다면 복지 확대와 재정 건전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장희 경제부장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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