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생산적 금융 기사의 사진
대체로 수식어의 역할은 체언(體言)의 의미가 도드라지게 돕는 것이다. ‘예쁜 꽃이 피었다’에서 ‘예쁜’은 ‘꽃’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친다. 생략돼도 문장은 문법적으로 온전하다. 수식어가 본디 전하고자 하는 핵심어의 뜻을 장악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 그러나 일상의 언어생활은 다르다. 본말이 뒤바뀌는 사례가 많다. 꾸밈말을 통해 참뜻을 에둘러 전하거나 심지어 왜곡한다.

‘∼한, ∼적’이 전제된 단어는 중의적 뉘앙스를 제대로 파악해야 된다. 따뜻한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따뜻하지 않다는 뜻이다.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냉혈사회를 만드는 자본주의의 폐단을 막자는 의도가 담겼다. 한국적 양적완화는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는 양적완화의 원래 취지가 아니라 국책은행을 변칙 지원하자는 것이 본질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는 이상으로 여겼던 사회주의가 일그러졌음을 안타까워한 사회주의자의 토로다. 두브체크는 레닌의 일탈과 스탈린의 야만으로 폭력과 강제, 비효율만 남은 사회주의의 퇴행 속에서 ‘인간’을 찾으려 애썼다. 한국적 민주주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 음모와 이음동의어다. 민주주의와는 아예 거리가 멀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취임 당시부터 ‘생산적 금융’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가 우리 금융을 ‘비생산적’으로 봤다는 뜻이다. 생산적 금융은 금융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금융권의 행태를 질타했다. 부동산 담보대출 등 손쉽게 연간 수조원씩 벌면서 금융의 포용성 등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특히 시중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비판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28일 주요 은행장들과의 모임에서 생산적 금융을 또 당부했다. 그의 생산적 금융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꿀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정진영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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