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버린 요즘 사회초년생… 저축·연금 드는 ‘첵카족’ 기사의 사진
3년차 직장인 강모(28)씨는 ‘첵카족(체크카드만 사용하는 사람)’이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그는 통신비, 대중교통요금, 전세 살고 있는 원룸의 관리비 등 고정지출 30만원가량을 뺀 생활비 70만원을 모두 체크카드로 결제한다. 신용카드를 만들었지만 고정비를 지출할 때만 쓴다.

세금을 떼고 난 강씨의 월급은 230만원 남짓이다. 생활비를 제외한 돈은 적금과 연금 등 저축으로 모조리 들어간다. 흔히 재테크 수단으로 꼽는 주식이나 펀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강씨는 “월급쟁이 수입이 빤한 데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주식 정보를 살펴볼 여유도 없다. 주위 친구를 봐도 주식 투자를 하는 이를 보지 못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직장인 배모(25·여)씨는 아예 신용카드가 없다. 오로지 체크카드만 쓴다. 자칫 과소비를 하지 않을까 염려해서다. 돈 관리는 배씨 어머니가 전담한다. 월급에서 일정 금액이 적금통장에 자동 이체된다. 차근차근 모아 목돈을 만드는 게 목표다.

사회 초년생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재테크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체크카드와 적금으로 대표된다. 최근 불고 있는 욜로(YOLO·현재 행복을 우선하는 삶) 열풍의 정반대 현상이다.

이들에게 체크카드는 소비 줄이기를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0대의 지급수단별 비중(금액 기준)에서 체크카드가 40.8%로 압도적 1위였다고 30일 밝혔다. 2위인 신용카드는 32.7%에 그쳤다. 2014년 28.0%였던 체크카드 사용 비중은 2년 만에 12.8% 포인트나 급증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결제하는 수단 자체가 신용카드에서 체크카드로 이동한 것이다.

또 불안정성 또는 리스크(위험)를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 적금이 주류를 이루는 재테크 성향이 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식시장에서 20대 주주 비중은 4.9%에 불과했다. 코스피시장의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주주 가운데 20대 비중은 2.77%다. 10년 전에는 5.41%였다. 이와 달리 30세 미만의 전체 자산 대비 저축 비중은 23.9%(2016년 기준)에 이른다.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청년층의 분위기를 ‘학습효과’로 본다. 외환위기(1997년)나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8년)를 거치면서 학습된 성향이라는 분석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용카드를 안 쓴다는 것은 경험에 따른 학습의 결과”라면서 “이전 세대보다 지금의 청년층이 경제관념에서 더 철저해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수적인 소비·저축 성향은 불안정성에 대한 대응이다. 개인의 자산 건전성 측면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청년층이 처한 경제·사회적 여건이 그만큼 나쁨을 보여주는 징표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국 사례를 봐도 체크카드 사용이 많은 계층은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낮다”며 “청년층이 돈을 아끼려는 의지가 남다르다기보다 고용 사정과 신용도 등 전반적 여건이 좋지 못한 데 따른 현상”이라고 봤다.

글=조효석 안규영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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